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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시대착오적 영역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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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시대착오적 영역 다툼

입력
2008.12.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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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에서 보자면 세계 방송영상 콘텐츠 시장은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이 세 종류의 국가군으로 나뉜다. 우선 전 세계 방송프로그램 시장의 90%를 지배하는 미국이다. 제작도 그만큼 많이 하고 유통시장 역시 좌지우지한다.

두번째 국가군은 제작, 유통에 별 관심도 없는 나라다. 채널이 있고 방송시장은 있지만 콘텐츠가 없는 나라들이다. 마지막 국가군은 나름 영상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는 나라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남미의 몇개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 중 프랑스는 자국 방송시장의 재건을 위해 과거 인기 있었던 주 시청시간대의 영화 편성 카드를 다시 꺼내고 있다. 국내 영화의 방영뿐만 아니라 프랑스 특유의 영상문화정책의 산물로서 방송용 영화인 텔레시네마의 부활이다.

미국 프로그램과 스포츠 중계 등에 밀려났던 자국 영상물의 실지 회복이고 종합적인 영상산업 지원책인 것이다. 제로 센 전투기를 앞장세워 아시아 지역을 유린했던 일본은 폭격 대신 부드러운 문화의 얼굴로 다시 아시아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 첨병은 방송영상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 시장의 나머지 10%를 두고 이들 국가와 붙어서 우리 몫은 챙기려는 의지로 뭉친 나라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여전히 방송영상 콘텐츠 지원정책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갈등이 끝이 없는 모양이다.

방송 콘텐츠는 방송을 관장하는 방통위에서, 나머지 디지털 콘텐츠는 문화부에서 하는 식이다. 사실, 방송과 통신이 결합되는 환경에서 규제기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실제 규제기관의 형태로는 시장화(marketization) 정책 즉, 규제완화 정책적 틀을 유지하면서 규모와 시장 지배력에 차이를 지닌 다양한 사업자간의 공정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원리를 조성하는 곳으로 미국의 FCC가 대표적인 기관이다.

반면에 영국의 Ofcomm은 경쟁시장에서 평가절하된 공공 서비스 제공과 문화적 다원성을 위한 지원책 정비를 원칙으로 하는 규제 모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의 FCC에 가까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규제원칙 수립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핵심인 영화나 방송영상 콘텐츠 지원정책 수립에 있어서 지원 부처 영역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명필이 붓 가리고 대목수가 대패 탓하는 거 봤는가.

특히 디지털 융합 환경에서 과거의 영역별 콘텐츠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문, 예술, 철학, 교육, 기술 등이 결합된 문화적 총체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이론상으로 거버넌스니 정부협업모델이니 떠들면 뭣하나. 사실 이런 일을 두고 부처이기주의니 영역다툼이니 하는 말로 몰아세우기도 겸연쩍다.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콘텐츠 중에서도 문화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방송프로그램과 영화는 핵심 콘텐츠로 종합적 지원체제가 필요하다. 영화 지원 정책은 현재 문화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방통위는 어떠한가. 기존 방송뿐만 아니라 IPTV 등 새로운 미디어 영역까지 이들 콘텐츠가 방송ㆍ유통되는 창구와 시장을 관할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또 매체 특성상 공공 서비스에 적합하게 미디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 정책을 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규제를 통한 지원 정책이다.

문화부의 콘텐츠 진흥 정책과 방통위의 미디어 규제 정책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인 정부협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서로 밀고 잡아당기다가 그나마 손바닥 만한 종이를 찢어버리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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