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130만명의 신규 환자가 생기고, 120만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암 사망원인 1위가 바로 폐암이다.
폐암 사망률(통계청)은 1990년 14.4%에서 2000년 25%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폐암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 1999년 1만3,204명에서 2005년 1만6,949명으로 7년 만에 28%나 증가했다(대한폐암학회).
폐암이 문제되는 것은 특히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폐암환자의 5년 생존률은 11.4%에 불과하다. 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40% 가까운 환자가 재발하며 재발하면 역시 치료가 어렵다. 게다가 최근 여성과 청소년 흡연인구의 증가로 폐암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제대로 알면 적절히 치료할 수 있어
치료하기 가장 까다로운 암인 폐암도 최근 항암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면서 조기에 발견한다면 만성병처럼 치료와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폐암은 병기(病期)에 따라 1~4기로 구분한다. 비소(非小)세포암 1,2기에서는 외과적 종양 제거 수술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반면, 3기나 4기에 이르러서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이 필요하다.
항암화학요법은 몸 전체에 퍼진 암 세포에 약물을 투여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보이지 않는 암세포의 전이를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요법과 복합적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화학요법제를 정맥주사로 투여하거나, 경구 투여하기도 한다. 치료기간은 보통 16~24주이지만 최근 매주 항암제를 투여해 9주 동안만 치료하기도 한다.
수술이 불가능해 국소적으로 퍼진 암을 고에너지 방사선으로 제거하는 방법인 방사선요법은 주로 수술 이전에 쓰인다. 수술 후 남아 있는 암세포를 파괴하는데도 사용된다. 하지만 방사선요법은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 모두에 영향을 주므로 조직에는 영향을 덜 주면서 암세포를 많이 파괴하는 적절한 치료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밖에 광역학요법이 있는데, 특수 화학물질을 혈관에 주사해 암세포에 흡수시킨 뒤 레이저를 쬐어 암세포를 파괴한다. 국소적으로 진행돼 기도를 압박하는 암에 국소적으로 쓰인다. 또한 국소적 치료가 적절하지 않은 환자에서 매우 작은 종양을 치료할 때도 사용될 수 있다.
■ 먹는 표적 치료제 나와
암 치료제로 새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표적(타깃) 치료제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처럼 세포증식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모든 세포를 죽이는 방식으로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파괴하는 '무차별적인 융단폭격'이다. 반면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와 관련된 특정 물질만을 표적으로 하는 '초정밀 유도탄'으로 항암 치료 패턴을 바꾸었다.
표적 치료제 투여에 따라 전신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효과도 높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입원이 필요없고 일생생활이 가능한 것은 물론 구토와 탈모, 혈액학적 부작용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크게 줄어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됐다.
앞으로 표적 치료제가 향후 5년 이내에 폐암 치료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폐암 전문의들은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표적 치료제가 기존 항암 화학요법 치료 시 부담하는 약값이나 입원, 부작용 관리비용 등을 감안할 때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매우 행복한 치료제'로 볼 수 있다.
국내에 도입된 최초의 표적 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다. 이레사는 도입 당시에는 기존 화학치료에도 효과가 없어 예상 생존기간이 3~4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말기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마지막 최선의 치료(3차 치료제)로 선택됐다.
2007년 9월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INTEREST(이레사, 탁소텔 간 생존율 비교) 연구에서 경구용 항암제인 이레사로 치료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와 정맥주사제인 탁소텔로 치료받은 환자의 생존율은 비슷했고, 환자의 삶의 질과 내양성에서는 이레사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 6월에 발표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ISTANA 연구에서 이레사의 효과가 탁소텔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로슈가 '타세바'와 '아바스틴' 등의 표적 치료제를 출시했고, 현재 10여개의 폐암 표적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또한 종양이 증식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혈관 형성까지 억제해 궁극적으로 암세포를 굶겨 죽이는 업그레이드된 표적 치료제로 작티마(아스트라제네카) 등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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