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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역할 다시 보게 하는 미 제로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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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역할 다시 보게 하는 미 제로금리

입력
2008.12.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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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현재의 1%에서 제로 수준인 0~0.25%로 낮췄다. 또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와 모기지(주택저당) 채권도 사들여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키로 했다. 대공황 당시보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능해지자 달러를 찍어서라도 통화 공급을 늘리는 '양적 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 카드까지 동원한 셈이다.

미 FRB가 제로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5년 역사상 처음이다. 헬리콥터 위에서 달러를 뿌려서라도 추락하는 경기를 막겠다는 의지를 실감케 한다.

미 FRB의 극약처방으로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금융회사의 대출이 재개돼 신용경색도 풀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발등의 불인 금융위기 타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이 왜곡되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자산거품을 야기할 수 있는 점은 부정적 측면이다.

미 FRB가 '선제적이고, 단호하며, 충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우리 통화당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금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급격히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은도 과감한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한은은 지난 주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는 등 모처럼 과단성을 보였지만 그 이전까지 한 발 늦고, 불충분한 조치로 정부와 시장의 불만을 사왔다.

현행 3%인 기준금리를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 더 내려 기업과 가계의 금리 부담을 낮추고, 은행 자본확충 지원 및 유동성 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최후 수단인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금융 비상계획도 가다듬어야 한다. 한은의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재정정책을 통한 수요 진작책도 신속히 병행해야 한다. 한은과 정부는 이인삼각의 정책 공조를 통해 전대미문의 통화ㆍ재정 정책을 마련해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고용대란에 떠는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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