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진행이 마음에 든다", "진행이 불안하고 구성이 엉성하다". 지난 14일 밤 10시 20분 첫 전파를 탄 '박중훈쇼:대한민국 일요일 밤'(KBS2)에 쏟아진 시청자들의 극과 극 반응이다.
뜨거운 갈채와 차가운 야유를 동시에 받은 '박중훈쇼'는 영화배우의 토크쇼 진행으로 화제를 모았고, 첫 손님으로 톱스타 장동건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초대해 더욱 시선을 집중시켰다.
정기국회의 여야간 첨예한 대립으로 3당 원대대표의 출연이 막판 무산되면서 프로그램의 중심이 흔들렸지만 몇 년간 방송 출연에 마냥 손사래를 쳐왔던 장동건의 등장만으로도 각 가정의 채널을 고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청률은 9.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로 무난한 출발이라 할 수 있다.
12일 밤 9시30분께 서울 여의도동 KBS본관 TV스튜디오 분장실에서 만난 영화배우 박중훈(42)의 얼굴엔 첫 녹화를 마쳤다는 안도와 함께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한 옅은 우려가 교차했다.
5시간에 걸친 녹화를 끝낸 뒤임에도 "부디 편집본이 잘 나와야 되는데…"라며 미련의 끈을 놓지 못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에 대한 의욕과 부담도 감추지 않았다.
두 차례 라디오DJ를 경험했던 박중훈에게 TV프로그램 진행은 이번이 처음. 그는 "40대가 되면 토크쇼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고 말했다. "40대는 20ㆍ30대를 이해할 수 있는 젊음이 있고, 50ㆍ60대가 보면 유치해 보이지 않는 연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40대는 세대를 잇는 가교라는 것. "참 좋은 나이 아닌가요. 요즘 우리사회가 세대간으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이념으로 많이 분열돼 있잖아요. '박중훈쇼'가 사람들의 화해와 이해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에요."
그는 토크쇼 진행을 연기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했다. "배우가 타인을 잘 이해해야 좋은 연기가 나오듯, 진행자는 초대 손님의 입장이 되어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토크쇼 진행은 배우와 마찬가지로 저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줄곧 제 것만 신경 쓰면 되는 초대 손님만 하다가 모든 것을 책임 져야 하는 진행자를 맡으니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의미도 중요하지만 진행자 입장에선 재미가 없어 방청객의 반응이 썰렁해지면 아찔해진다"는 것이다.
장동건의 출연에는 그의 힘도 작용했다. 그는 "10년 넘게 알고 지내며 인간적인 신뢰를 쌓은 후배라 출연을 부탁했다"며 은근히 자신의 영화계 위상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영향력'의 한계도 잘 알고 있었다.
"신장개업 식당도 주인장 보고 오는 손님발이 하루 이틀이죠. 음식 솜씨로 승부할 수 밖에 없잖아요. '박중훈쇼'도 매력과 따스함이 있어야 초대 손님 섭외가 쉬워질 듯해요."
그는 토크쇼를 진행하다가 TV에 혹 주저앉는 것 아닌가 하는 일부 영화 팬들의 우려를 노파심으로 치부했다. "토크쇼 하면 영화를 떠난다는 식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시각으로 봐주지 말라"고 주문도 했다.
내년 개봉 예정인 블록버스터 영화 '해운대' 촬영을 2주전 마친 그는 "내년 상반기 영화 출연도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TV드라마 출연에 대해서는 "1992년 '머나먼 송바강'에 출연하며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고 다짐했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영화배우로서의 정체성은 '박중훈쇼' 초대 손님에 대한 그의 선호도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가장 모시고 싶은 해외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누차 강조해온 '대부' 시리즈의 주인공들이다. 그는 "요즘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도 초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토크쇼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지지만 그는 역시 천상 영화배우였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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