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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출간/ "얕은 칭찬·비판 일색인 평론은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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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출간/ "얕은 칭찬·비판 일색인 평론은 안할 것"

입력
2008.12.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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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하면 그래도 덜 죄송하니까요. 2005년 등단 이후 수업 받는 기분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제야 겨우 내놓습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32)씨가 첫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문학동네 발행)를 냈다. 책 두께가 웬만한 평론집 두 배는 족히 됨직한 모양새(724쪽)부터, 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고 부지런한 평론가'라는 형용사가 문학적 수사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95학번인 그가 대학시절을 떠올리면서 쓴 이 평론집의 '에필로그'의 한 구절. "삶이 때때로 창피했던 당시의 나는 노래패에서 민중가요를 부르고 있었다.

창피하지 않기 위해 불렀지만 부르면서 더 창피했다"는 그가 왜 첫 평론집에서 '에티카(윤리)와 문학의 관계'를 놓고 고투했는지를 밝히는 알리바이다.

그가 문학평론가를 꿈꾸며 20대를 통과했던 1990년대는 이념이 사라진 시대, 신씨에게 '87년'을 경험한 이들에 대한 부채감은 '어떤 삶이 진실하고 어떤 삶이 아름다운 삶인지'를 묻는 윤리의 문제에 천착하게 했다.

소설에 관한 비평을 묶은 1부 '만유인력의 서사학'은 이 평론집의 고갱이다. "윤리적으로 급진적인 소설들이 문학적으로도 훌륭한 소설"이라는 그의 명제에 따라 김훈과 김영하, 배수아와 박민규가 호출된다.

최근 소설가들의 작품집에 가장 많은 해설을 쓴 평론가라는 통계를 확인할 수 있듯 신씨의 평론집에는 김행숙 문혜진 김근의 시집부터 천운영 편혜영 김애란 등의 소설집까지, 시와 소설을 전방위적으로 넘나드는 해설 14편이 실려있다.

출판권력에 대한 자기검열 때문에 흔히, 해설을 자신의 글이 아니라며 평론집에 싣기를 꺼려하는 평론가들과 달리, 신씨는 해설에서 작가들에 대한 칭찬에 결코 인색하지 않다.

"비판하는 글은, 쓰는 저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텍스트를 칭찬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만만한 텍스트를 두들겨 패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얕은 칭찬을 늘어놓는 일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내년에는 박사학위 논문 때문에 최근 몇년처럼 활발한 현장비평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문학을 통해 사회를 진단한 시평들을 모은 에세이집을 내년 하반기쯤 낼 예정이다.

"읽는 사람이,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구나 이런 느낌을 받는 글, 그런 글을 쓰는 비평가가 되고싶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

이왕구 기자

사진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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