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지방 살리기'에 쏟아 붓는 돈이 무려 10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가 15일 내놓은 2단계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하는 데만도 42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사상 유례 없는 막대한 수준이다. 그만큼 지금 지역 경제 침체가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관건은 '100조원 투입의 효과'다. 불가피한 특단의 처방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이번 지역발전대책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급부의 성격이 짙다.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는 무차별적인 자금 살포, 규제 완화가 주류를 이룸으로써 투입한 금액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은 참여 정부와 출발 지점부터가 다르다. 참여 정부가 "비대한 수도권을 억눌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었다면, 현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할 수 있다면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과연 수도권도 발전하고, 지방도 살리는 묘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이날 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세제와 재정 지원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규제가 대부분 다 풀린 마당에 굳이 지방 입주를 선택할 기업들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손상락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보와 인력, 인프라 등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세금 혜택 때문에 지방 이전을 하겠다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기업들이 이전을 한다고 해도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 원주나 충북 지역 등에만 집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2005년 이후 3년간 지급된 기업지방이전 보조금 772억원 중 60%인 465억원이 강원, 충북, 충남 등 수도권 인근 지역에 집중 투입됐다. 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를 먼저 풀어버리면 아무리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도 기업들의 지방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지역계획과 교수 역시 "요즘 같은 경제 난국에 세제 혜택을 준다고 한들 이전 비용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민심 달래기의 산물이다 보니, 심각한 난개발 우려도 적지 않다. 당초 4대 개발축으로 추진하려던 초광역개발권이 내륙 지역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4+1 초광역개발권'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 국가균형발전위가 추진하겠다는 사업도 ▦남서권 해안관광레저 기업도시, 동서 6축 철도망(남해안 선벨트) ▦광주-완도 고속도로, 국가식품클러스터(서해안 신사업벨트) ▦관광 R&D 글로벌 파크, 동해안 일주 고속도로(동해안 에너지ㆍ관광벨트) ▦경원선 복선전철, 남북교류협력지구(남북교류ㆍ접경벨트) ▦내륙 첨단산업벨트, 내륙 첨단과학벨트(내륙벨트) 등 온통 사회간접자본(SOC) 일색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도권 규제 완화 과정에서 지방이 반발하니까 내놓은 대책으로 보이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지는 불투명하다"며 "난개발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도록 지방 정부에 대한 감사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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