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통화 가운데 하나였던 영국 파운드화가 '굴욕'을 겪고 있다. 올들어 주요 선진국 통화 가운데 미 달러화 대비 절하율이 가장 큰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한 때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던 유로화와도 이젠 1대1로 거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사고 있다.
지난 주말(12일) 현재 1파운드당 달러 환율은 1.4961달러로 올초(1.9853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24.6%나 가치가 떨어졌다. 거꾸로 24% 이상 절상된 일본 엔화는 말할 것도 없고, 절하율이 8.3% 수준인 유로화와 비교해도 가히 폭락 수준이다. 이에 따라 2000년 유로화 가치가 사상 최저이던 시절 1유로당 57펜스이던 파운드ㆍ유로화 환율은 지난주 말 89펜스까지 치솟았다.
실제 교환환율은 이미 1대1을 넘어서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영국 일요신문 옵서버는 지난 13일 공항 환전소에서 파운드를 유로로 환전한 관광객들이 수수료 등을 제한 뒤, 200파운드를 내고 197.13유로 밖에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예전같으면 200파운드면 300유로 이상은 넉넉히 바꿀 수 있었지만 이젠 200유로도 받지 못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영국의 심각한 경기침체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영국 금융시장과 주택경기에 유독 심한 타격을 입히면서 올 7월 미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되자 파운드화의 초약세 현상이 가속화된 결과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결국 파운드화를 버리고 유로화를 채택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일단 영국 정부는 과거 환율개입 정책이 성공한 바가 없다며 당분간 파운드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영국 정부가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최근 들어 파운드화 절하속도도 줄어들고 있어 파운드 약세가 지속될 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