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작별 키스다, 이 개XX야”라는 말과 함께 날아든 신발 두 짝…
시정잡배의 싸움 같아 보이지만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라크 기자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14일 이라크 바그다드 총리관저의 기자회견장에 알 말리키 총리와 나란히 선 부시 대통령은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압도적으로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아직 해야 할 임무가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 아랍어로 “이라크 국민의 선물이다. 작별키스다, 개XX야”라는 고함과 함께 신발 한짝이 부시 대통령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부시 대통령이 고개를 왼쪽으로 숙여 간신히 빗겨간 신발은 미국 국기와 이라크 국기가 나란히 세워진 뒷벽에 “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부시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나머지 한 짝이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남편 잃은 부인과 고아, 이라크에서 죽은 사람들이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신발은 부시 대통령 얼굴의 오른쪽으로 다시 빗나갔다.
이라크에서 바닥을 내보이며 신발을 던지는 것은 상대에게 가장 심한 모욕을 주는 행위다.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해 사담 후세인의 동상을 쓰러뜨렸을 때 이라크 국민은 신발 바닥으로 동상을 때렸다.
두 번째 신발을 던진 직후 이 남성은 경호원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 남성과 부시 대통령의 거리는 불과 4~5m. 부시 대통령이 못 피했다면 얼굴이 신발에 강타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뻔 했다. 국가 정상이 달걀이나 침 세례를 받는 경우는 있었으나 신발 세례를 받은 것은 전례가 없다. 난장판이 된 회견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상황이 정리된 뒤 “괜찮다. 한가지 사실을 말하자면, 그가 던진 신발은 사이즈가 10(280㎜ 정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조금도 위협받지 않았다”며 “나한테 신발을 던지면 어떠냐, 그것도 관심을 끌기 위한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색한 국면을 넘기기 위한 농담이었지만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당혹감이 역력했다.
‘신발 테러’를 저지른 남성은 이집트 카이로에 본사가 있는 이라크인 소유의 위성 TV ‘알 바그다디야’의 바그다드 특파원 문타다르 알 자이디로 확인됐다. 자이디는 반미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장악하고 있는 사드리 시티에서 주로 취재 활동을 해 왔다. 지난해 11월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에 의해 구출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춰 자이디가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신발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이라크를 극비리에 방문한 것은 양국이 최근 체결한 안보협정에 서명하고 퇴임 전 마지막으로 미군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방문은 이라크전 발발 이후 네번째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말리키 총리와 회담하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총리 관저로 향하면서 안전 지대인 ‘그린존’이나 미군부대를 벗어나 처음으로 자동차편으로 바그다드 시내를 관통, 티그리스강을 건너는 ‘모험’을 감행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로 떠나기 전 10여명의 동행취재 기자들에게 사전통보 없이 극비서약을 하도록 했고 이날 밤 워싱턴에서 크리스마스 자선공연에 참석할 것이라는 허위일정을 발표하는 등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이라크 방문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15일 임기 중 두 번째로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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