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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 영화 '예스맨' 한국인 이미지 달라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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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 영화 '예스맨' 한국인 이미지 달라진 듯…

입력
2008.12.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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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아자아자!" 한국영화 속 대사가 아니다. 짐 캐리 주연의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예스맨'(18일 개봉)에 등장하는 대사. 그것도 짐 캐리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들이다.

매사 "노(No)"만 외치다 특별한 계기를 통해 '예스맨'으로 변신한 영화 속 짐 캐리의 입에서 흥겹게 쏟아지는 '콩글리쉬'와 한국어는 정겹게 다가온다. 외화 속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이 이젠 달라졌다는 뿌듯함도 은근히 느껴진다.

■ 언급도 안 되다 단골 소재로 부상

지난 세기 외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국은 늘 찬밥 신세였다. 1985년 당시 한국과 일본 소녀 팬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던 랄프 마치오 주연의 영화 '베스트 키드'를 혹 기억하는가. 마치오가 한국인 사부에게 태권도를 배우는 것으로 자막에 묘사돼 있지만 진실은 다르다.

영화의 원제는 '가라데 키드'(Karate Kid). 태권도는 가라데였고, 한국인 스승은 일본인이었다. 당시의 반일 감정이 자막에 막대한 영향을 줬지만, 할리우드영화에 한국이 긍정적으로 나왔으면 하는 열망도 적지 않게 반영됐다.

그래서 일까. 1985년 개봉된 '레모'는 한국에서 환영받았다. 첩보원 레모에게 총알을 피하는 등의 비법을 전수하는 무술노인이 한국인으로 설정됐기 때문. 하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식이 뒤섞인 그의 복식에 실망한 관객도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노인을 연기한 사람은 조엘 그레이라는 미국 배우.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1989)에서도 한국인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구두쇠에 불친절한데다 융통성마저 꽉 막힌 것으로 묘사된다. 흑인들이 평소 인종차별이 심했던 이탈리아 식당을 박살낸 뒤 한인 가게로 향하자 한국인들은 "난 백인 아니다. 흑인이다"라며 읍소를 하기도 한다.

'007 어나더데이'(2002)는 북한군 장교의 난행을 극의 추진력으로 삼은 데다 한국 길거리엔 물소가 다니고 소똥이 가득한 것으로 묘사, "한국의 발전상을 무시했다"는 한국 관객들의 거친 반발을 샀다. 화들짝 놀란 제작사 소니픽처스는 2006년 '스텔스' 한국 개봉판에 북한을 명시하지 않는 특별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 무뚝뚝한 일벌레 이미지는 여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배우가 늘고 있고 외화 속 한국인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지만 스크린에 그려진 한국의 이미지는 여전히 긍정보다 부정에 기울어져 있다. 특히 무뚝뚝한 일 중독자라는 이미지는 바뀌지 않고 있다.

'예스맨'의 한 장면. 짐 캐리의 친구 약혼녀가 이 옷 저 옷을 입어보자 한국인 점원은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다.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고." 짐 캐리가 어눌한 한국말로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라고 묻자 한국인 점원은 답한다.

"나는요. 하루 종일 앉아있으면서 왔다 갔다 만날 다른 사람들 약혼하고 결혼하는 것만 보고 있어요." 일벌레 한국인의 모습을 투영한 대사다.

한국인 두 명이 택시 트렁크서 토막잠을 자며 교대 근무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1998년 프랑스 영화 '택시'의 한 장면도 자연 떠오른다. "한국인은 조국이 어려워서 24시간 일해요. 택시 한 대에 번호판 하나, 면허 하나인데 운전사는 둘이에요. 얼굴도 비슷해요." 대사마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 영화였다.

※추신: '예스맨'에서 코미디언 정준하가 언급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영화 속 짐 캐리가 다니는 한국어 학원의 강사는 소문과 달리 "정준하씨는 어때요"라고 말하지 않고 "청주 날씨는 어때요"라고 말한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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