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과 LA,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 우리나라 교민들이 밀집한 지역의 국내금융기관 현지점포 창구는 요즘 부쩍 분주해졌다. 모국으로 돈을 보내려는 교민들의 송금의뢰 때문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IMF때도 그랬지만 국내 경제침체는 해외 교민들에겐 투자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과 부동산값 급락 등으로 해외 교포들의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최근 교포들이 국내로 송금하는 금액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바이(buy) 코리아' 열풍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 '송금이전수입'은 12억8,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ㆍ10월 평균 원ㆍ달러환율 1,327원 기준)로 9월(6억1,0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0년 이후로 최대 규모다.
송금이전수입은 해외 교포 등이 국내로 송금한 돈으로 외환위기 당시 교포들의 국내송금 바람이 불면서 1997년 11월 2억7,000만달러에서 12월 8억6,000만달러로 3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으나 이후로는 줄곧 매월 3억~5억달러 규모를 유지해왔다. 한국은행 조용승 외환분석팀장은 "최근 국내 자산가격이 많이 내려갔고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 불안한데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교포들의 투자목적 국내 송금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 해외로의 송금은 반대로 급감하고 있다. 내국인이 해외 거주자에게 보내는 10월 중 '송금이전지급'(3억4,000만달러)은 9월(5억1,000만달러)보다 30% 이상 줄어들어 2001년 4월(3억2,000만달러) 이후로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수입에서 지급을 뺀 '송금이전수지' 역시 10월 9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9월(1억달러)의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금까지 기록은 97년 12월 7억9,000만달러로 이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80년 이후로 최대 규모다.
교포들의 국내 송금규모 급증에는 부동산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올들어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떨어진 데다 환율까지 상승해 적게는 고점 대비 30~40% 수준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업체들은 미분양 아파트를 교포들에게 팔고자 해외까지 나가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원갑 스피트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교포들의 부동산 매입 규모는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서는 많지 않지만 악성 매물을 소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치가 떨어진 원화를 사두려는 교포 '환테크'족들도 늘었다. 11월중 외환은행의 원화 수출액은 644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원화수출이란 국내 은행이 원화 지폐를 필요로 하는 해외 금융사에 수수료를 받고 원화를 판매하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금융회사가 매입하는 원화 금액이 커진데다 환테크 목적으로 원화를 사두려는 수요 자체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은행측은 분석했다.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미국 등에 비해 국내 예금금리가 월등히 높은 점도 교포 자금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10월 국내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는 6.31%로 2001년 1월 6.66% 이후로 7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바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