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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물갈이 시작/ "내년 제대로 일하려면… " MB식 코드인사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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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물갈이 시작/ "내년 제대로 일하려면… " MB식 코드인사 신호탄

입력
2008.12.1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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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에 인사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교과부, 국세청의 1급 이상 공직자들이 최근 일괄사표를 제출한 것이 시발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해당 부처가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로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공직사회의 지나친 동요를 막기 위한 공식적인 수사(修辭)일 뿐 대통령에 대한 보고나 교감 없이 고위공직자의 일괄사표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들이나 여권 고위인사들은 '공직사회의 새 판 짜기'라는 해석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적 개편의 마지막 착점은 내각의 재정비, 즉 개각이 될 것이라는 데도 이론이 없다. 다만 모든 부처가 일괄사표라는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이고 정권 핵심부가 '문제 있다'고 지목하는 몇몇 부처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일부 힘있는 부서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인적 개편은 생래적으로 파열음을 초래하는데도 굳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내년을 승부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선거가 없는 내년이 일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고 이를 놓치면 이명박 정부만 망하는 게 아니고 국민과 나라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괄사표는 새해를 맞아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봐달라"고도 했다.

일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 인적 개편을 하겠다는 것은 현 공직사회의 구조가 그렇게 안 돼있다는 의미다. 각 부처의 1급 이상 공무원 중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의 통치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보다 노골적으로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사람들로, 중요한 고비에서 몸을 던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촛불정국에서 정권 차원의 위기를 맞은 것도 코드가 다른 고위공직자들의 '사보타쥬' 때문이라는 것이다.

촛불정국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지도가 추락하고 코드인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인적 개편의 시기를 놓쳤다는 인식도 여권 핵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미뤄놓은 방학숙제를 하는 상황"이라는 한나라당 핵심의원의 말이 기류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일괄사표가 모든 1급 이상의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재구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처럼, MB 철학에 부정적이거나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공직자를 선별해 사퇴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만큼 빈 자리를 대대적인 승진인사로 채워 공직사회를 격려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서실의 행정관들에 대해서도 인사 차원의 분석에 들어갔으며 이들 중 일부는 각 부처로 전진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직사회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경제위기를 맞아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든다는 데는 반대가 없지만, 이른바 정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퇴진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코드인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공직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1급이 됐다고 노무현 사람으로 보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지 정권을 위해 일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적 개편에서 깊게 고려해야 할 대목일 수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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