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사진 찍기에 집착하는 여행자들이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다. 이젠 동영상 시대니 '남는 것은 영상밖에 없다'가 더 맞겠다. 여행은 시각, 청각 이미지로 저장된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본다는 것은 여행의 기억을 불러오기 위한 것이다. 시각, 청각 이미지를 지렛대 삼아 그때 보고 들은 것을 재구성한다. 그런데 보고 들은 것은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명확하게 떠오를 수 있어도, 생각하고 느낀 것은 복원이 쉽지가 않다.
어쩌면 그때 촬영에 곤두서서 감상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카메라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과 소리뿐일 수도 있다. 카메라가 없던 시절엔 글쓰기(일기나 후에 쓰는 기행문 같은)가 유일한 기억 저장 방법이었다. 사진처럼 친절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보고 느낀 생생한 기억이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는 것보다 일기를 보는 것이 훨씬 더 그때 그 순간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로 보는 것보다 원작 소설을 보는 것이 더 감동적일 수 있는 것처럼.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면 허탈하지 않을까? 오히려 촬영시간을 줄일수록, 더 많은 것을 견문할 수 있지 않을까? 시각적 이미지에 집착하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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