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의 재임 동안 잦은 말 실수로 구설에 올랐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퇴임을 한 달여 앞두고 달갑지 않은 ‘올해의 실언 평생공로상’수상자로 뽑혀 또 망신살이 뻗쳤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넷 사이트 신화망(新華網)은 14일 영국 민간 단체 ‘쉬운 영어쓰기 운동(Pec: Plain English Campaign)’이 기자회견과 연설 등 주요 공식 석상에서 엉터리 영어를 남발한 부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불명예로운 상을 주기로 최근 결정했다고 전했다. PEC는 1979년 창설돼 영어의 상투적 어귀나 특정집단의 용어, 뜻이 애매한 말 등을 특히 공문서에서 몰아내는 활동을 펼쳐왔다.
단체는 부시 대통령이 영어를 ‘가장 많이 난도질했다’며 “지금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말하면서 단어들을 독특한 스타일로 취사선택, 진정한 가블디구커(gobbledegooker:난해한 표현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고 비꼬았다. PEC가 소개한 부시 대통령의 실언에는“이는 확실히 예산안이 맞다. 그 안에 많은 숫자가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이 이곳을 떠나 걸어 나가면서 ‘그가 무슨 말을 했지’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아프가니스탄 전사(탈레반)들은 인간 생명을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부시 대통령은 공식 행사장에서 VIP의 이름을 틀리게 소개한다든가 자원봉사 4,000시간을 4,000년으로, 핵탄두의 안전화(Secure)를 유가증권화(Securitize)로, 평화유지군(Peacemaker)을 마라톤 레이스 속도를 조절하는 주자(Pacemaker)로 잘못 말해 백악관 참모진의 진땀을 빼게 했다. 영국에선 이런 부시 대통령에 대해 ‘무식한 대통령’또는 영화제목을 패러디한 ‘영어 환자(English Patient)’라는 별명까지 붙여 주었다. 부시 대통령에 앞서 ‘올해의 실언 평생공로상’을 받은 유명인사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 슈퍼 모델 나오미 캠벨 등이 있다.
PEC는 이와는 달리‘철의 여재상’으로 불린 마가렛 대처 전 총리를 직설화법의 달인이라며 ‘PEC 기여상’수상자로 뽑았다. 대처 전 총리는 자신의 보수적인 정치 성향과는 관계 없이 솔직하고 정곡을 찌르는 대담한 어법이 ‘평가’를 받았다. PEC 대변인은 “대처 전 총리는 헛된 단어를 쓰지 않은 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해 대부분의 정치인에게 ‘반면교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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