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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화재 결산/ '잿더미 숭례문'에 국민 가슴 숯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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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화재 결산/ '잿더미 숭례문'에 국민 가슴 숯덩이

입력
2008.12.1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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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문화재 분야는 엄청난 화마(火魔)와 함께 출발했다. 2월 10일, 600년 역사를 간직한 숭례문이 하룻밤새 잿더미로 변해버린 사건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동시에, 문화재 보호에 대한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숭례문은 일제가 훼손하기 이전 모습으로의 복원을 위해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며, 화재 열 달 만에 부재로 쓰일 소나무가 처음 벌채되는 등 2010년부터 시작될 복원 공사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그나마 위안을 준 것은 서울 도심에서 쏟아진 굵직한 발굴 성과들이었다. 각종 복원사업과 대규모 재개발 공사가 잇따르면서 조선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이 땅 속에서 대거 모습을 드러내, '조선의 부활'은 올해 문화재 분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로 기록됐다.

경복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벌인 발굴 조사에서는 경복궁 창건 당시 조선 태조 때의 궁장(宮牆ㆍ궁궐을 둘러싼 성벽) 기초부를 비롯해 임진왜란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지가 확인되는 등 조선 전기 경복궁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 여럿 나왔다.

숭례문 복원을 위한 발굴 조사에서도 조선 후기 사람들이 숭례문을 통과할 때 밟았던 도로면과 민가터 등이 확인돼 19세기 후반부터 일제 시대에 걸쳐 이뤄진 각종 숭례문 공사로 묻혀버렸던 조선 후기 숭례문 주변 지역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서는 서울성곽 하단 부분이 거의 완벽한 상태로 나타났고, 남산에서 내려온 물이 청계천으로 흘러들게 하는 입구 역할을 한 아치형 이간수문(二間水門)도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 추진 과정에서의 일이었다. 광화문광장 조성 공사 과정에서는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 세종로 일대에서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토층이 발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유적 중 상당수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 갈래 길에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등록문화재인 서울시청사의 보존 논란은 이런 갈등을 첨예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위해 시청사 부속건물인 태평홀을 철거하려 하자,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시청사 전체를 사적으로 가지정하면서 불거진 논란은 시청사 본관 전면의 원형은 보존하고 태평홀은 이전 복원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충남 당진에서는 한 부품제조업체가 발굴 조사 때문에 공장 설립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중장비를 동원해 발굴 조사 현장을 무단으로 파괴, 고려시대 고분을 훼손하는 일도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가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 선조 때 군대에서 사용하던 청동북이라 해서 보물로 지정됐던 육군박물관 소장 금고(金鼓)가 현대에 만든 가짜였음이 드러나 문화재 지정이 취소되는가 하면, 50억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이 붙은 통일신라시대 불상이 경매에 나왔다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돼 경매가 하루 앞두고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전시 가운데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경남 창원 다호리 유적전이 눈길을 끌었다. 기원전 1세기 전후 원삼국시대의 장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통나무관이 20년의 보존 과정을 마치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을 뿐 아니라 전시 준비 과정에서 장궁과 율무, 운모의 존재가 확인되는 등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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