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여년 전 에밀레종 원래의 긴 여운을 들으려면 현재 30㎝인 울림통의 깊이를 1m 정도로 해야 합니다. 당시 신라인들은 그렇게 울림통을 만들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신라시대 성덕대왕 신종(국보29호)의 '울림통의 비밀'이 베일을 벗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58) 교수는 종과 울림통 크기의 상관관계에 따라 종소리의 울림이 길고 짧아진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울림통은 종 아래 지표면에 움푹 파인 웅덩이를 말하며 에밀레종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범종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 울림통을 지니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엑스포과학공원에서 대전시청 광장으로 이전한 엑스포대종의 울림통 깊이를 110㎝, 70㎝, 50㎝, 30㎝로 변화를 주면서 측정한 결과 타종할 때 처음 발생하는 종소리의 고유 주파수와 울림통을 거쳐 나오는 주파수가 일치할수록 울림이 길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 종과 울림통 사이의 이격거리도 연관이 있다.
그 동안 울림통이 종소리를 오래 유지하는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어느 깊이가 최상의 주파수를 만들어내는지 실험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이번 실험결과를 적용하면 경주박물관에 설치되어 있는 에밀레종의 적정 울림통 깊이는 현재 30㎝보다 3배 이상 깊은 1m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에밀레종의 기본진동수인 64㎐와 근접한 울림 소리가 나오게 돼 종소리의 여운이 가장 길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0년 전 경주박물관의 에밀레종 종합연구작업에 참여, 에밀레종의 종소리를 과학적으로 풀어낸 국내의 권위자이다. 당시 그는 연구논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제기했으나 실험이 뒷받침되지 않아 문화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10년만에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는 실험결과를 대전시에 통보해 엑스포대종의 설치에 반영하도록 했다.
김 교수는 "과거 신라인들도 울림통을 여러 차례 조정하면서 종소리가 더 멀리, 오래 퍼지는 최상의 깊이를 찾았을 것"이라며 "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 신종의 울림통도 다시 복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덕대왕 신종은 신라 혜공왕 7년(771년) 완성돼 경주 부근의 사찰 봉덕사에 걸렸지만 조선시대 영묘사로 옮겨졌고 지금은 경주박물관에 있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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