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향해 신발 두 짝을 던진 이라크인 기자가 아랍권의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종파, 정파를 초월해 그의 '영웅적 행동'을 칭송하는 시위와 방송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에게 훈장을 수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아랍권 국가가 나오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날아오는 신발을 쏴 맞히는 온라인 게임이 출시됐다. 무슬림 사이에서 그에 대한 열광과 찬사가 신드롬처럼 번져가는 분위기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신문은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문타다르 알 자이디(29) 기자가 부시 대통령에게 던졌던 신발 한 짝을 1,000만달러에 사겠다고 한 한 남성의 이야기를 실었다.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딸은 그에게 '용기의 메달'을 수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시리아의 국영방송은 TV 화면 한 모서리에 자이디의 모습을 하루종일 방영하면서 그의 제스처와 영웅적 행동을 감탄하는 시청자들의 전화 목소리를 내보냈다. 수도 다마스쿠스의 중심가에는 '영웅적인 저널리스트여, 당신의 행동에 감사한다'고 쓴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당사국인 이라크는 사건 다음날인 15일 나라 전체가 하루종일 들썩거렸다. 반미감정이 가장 강한 사드리에서는 시민들이 미군 철군을 요구하는 의미로 신발과 샌들을 긴 장대에 걸어 흔드는 시위를 벌였다. 남부 나자프에서는 미군 차량에 신발을 내던지는 모습이 잇따라 목격됐고,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자이디 기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가두행진이 벌어졌다.
TV나 인터넷 채팅룸, 뒷골목 어디에서건 이 사건은 장안의 화제였다. 수니파의 거점인 사마라에서 내과의사로 일하는 쿠타이바 라자(58)는 "세련되지 못한 방법이었지만 그는 미군 점령에 반대하는 이라크 국민의 감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북부 도시 모술의 야레브 유시프 마티(45) 교사는 "신에게 맹세컨대 이라크인은 다른 모든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이 행동에 기뻐한다"고 흥분했다.
뉴욕타임스는 "극심한 내분으로 전 국민이 하나로 뭉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이라크에서 자이디의 행동은 보기 드문 단합의 계기를 제공했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라크의 모든 언론이 이번 일에 득의만면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글라스고의 'T-엔터프라이즈'라는 게임업체는 '부시의 신병캠프'라는 이름의 온라인 비디오 게임을 재빠르게 선보였다. 권총을 찬 경호요원이 부시 대통령을 향해 오는 신발을 쏴 맞추는 게임이다. 날아오는 신발을 중간에 총으로 맞추지 못해 부시 대통령이 신발에 맞으면 점수를 잃는다.
이 회사의 사디 치시티 관리이사는 "다음에는 지도자들이 이런 신발세례를 받는 일이 없도록 경호요원들이 훈련교재로 사용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게임을 만들었다"고 일간 텔레그라프에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그의 행동을 "수치스럽고 야만스럽다"고 격하게 비난하며 그가 속한 이집트 카이로 소재의 위성 TV '알 바그다디야'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자이디 기자는 정식 기소되지 않았지만 외국 국가원수를 공격했다는 혐의로 구금중이다. 정식 재판을 받으면 7년형을 받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자이디의 동생 메이드엠 알 자이디(28)는 "세계 각국에서 형의 무료변론을 해주겠다는 변호사가 100명을 넘었다"며 "이중에는 사담 후세인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자이디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지지 열기가 워낙 뜨거워 이라크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밝힌 대로 그를 엄격히 처벌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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