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생산을 줄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으면서 내년을 어떻게 견딜까 걱정하는 중국 서민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6일 서민이 많이 찾는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재래시장 난후(南湖)시장의 가구점에 들른 한 중년 남성은 55위안(1만1,100원)짜리 작은 식탁을 두고 30분 가까이 가게 주인과 흥정하다 발길을 돌렸다.
가게 주인 허샤오밍(何小明ㆍ40)씨는 "소비자들이 좀처럼 물건을 사지 않아 매출이 상반기에 비해 30% 이상 떨어졌다"며 "내년에는 경기 침체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여 밤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서민 뿐 아니라 부유층의 씀씀이도 줄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파는 차오양구 옌샤(燕沙) 쇼핑센터에서는 여느 때처럼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쇼핑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라비코 매장의 직원은 "11월만해도 매출이 전달보다 20% 정도 늘었지만 이번 달 들어서는 급전직하해 39%나 줄었다"고 전했다.
부유층들은 9, 10월만해도 씀씀이에 인색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내년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옌샤 부근 독일차 BMW의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예년에는 하루 5대 정도 판매했지만 지금은 3대 팔기가 힘들다"며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지만 고가 차량은 전혀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 시내 인허(銀河)증권 객장에서는 투자자 3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주가시세 전광판을 바라보는 이는 없었다. 주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투자자는 "내년 경기가 뻔한데 주가가 뛸 턱이 있겠느냐"며 "요즘은 이야기 하거나 포커를 하기위해 매장에 나오지 주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돼 자가용 영업을 하는 한 남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가족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며 "요즘 중국 서민은 개혁 개방 이후 가장 가슴이 시리다"고 말했다. 이 남자처럼 베이징에서는 요즘 자가용 불법 영업과 걸인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개혁 개방 30년을 기념하는 기사를 대서특필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이번 겨울을 어떻게 견딜까 하는 시름에 휩싸여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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