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타고 달리며 산천을 구경하다 보니 대충 보고 지나친다’는 뜻의 주마간산(走馬看山). 말이 속도를 낼수록 더욱 대강 훑어 보게 될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쟁점 법안을 신속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강조할수록 주마간산의 우려는 커진다. 민주당의 반대 속에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다 보면 자칫 벼락치기 부실 법안 심사가 될 수 있다.
16일 현재 한나라당은 처리를 추진하고 야당은 반대하는 쟁점 법안은 26건. 하지만 이 중 관련 상임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한 법안이 15건(58%)이나 된다. 그나마 상임위에서 심사가 진행 중인 법안은 7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4건이다. 본회의로 가는 관문인 법사위원회에 상정돼 심사가 진행 중이거나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한나라당이 최우선 처리 방침을 세운 경제 법안 중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정안(금산 분리 완화), ‘독점규제와 공정거래법’ 개정안(출총제 폐지) 등은 정무위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 불법 집단행위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법사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과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행안위)도 상임위 심사대에 오르지 않았다.
문방위와 교과위엔 쟁점 법안이 한 건도 상정되지 않아 심사 휴업 중이다. 문방위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개정안(사이버 모욕죄 도입)과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법’ 개정안(신문방송 겸영) 등 4건이, 교과위엔 초ㆍ중등교육법(교원 평가제)과 ‘교원노조 설립과 운영법’ 개정안 등 2건이 상정 대기 중이다.
그나마 ‘국립중앙의료원 설립과 운영법’ 개정안(복지위)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정무위) 등 덜 민감한 법안들은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사위 심사, 의결 절차가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5대 국회 때인 1998년 말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장에서 수백 건의 법안을 한꺼번에 속전속결 처리한 전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런 선례를 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