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성장률 목표를 당초 전망보다 1%포인트 낮춰 3%로 설정한 새해 경제운용계획을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난 주 발표된 한은 전망(2%)보다 높게 잡은 수치에 대해 재정부는 "정책적 목표의식이 포함된 것"이라고 지레 자인했다. 날로 악화되는 국내외 여건을 딛고, 위기극복 대책을 착실히 추진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2%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고 자락을 깐 셈이다.
과거 세계 금융위기가 2~3분기의 금융불안 이후 7~8분기에 실물경제 침체가 이어진 점과 주요 선진국의 내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목표는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너무 낙관적이고 안일한 전망을 내놓았다고 탓하는 것도 부질없다. 정부마저 손쉬운 비관론에 편승할 수 없는 속사정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사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운명은 글로벌 경제의 부침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결과가 목표에 크게 못 미치거나 전망 수정을 반복함에 따라 초래될 정책 리더십의 훼손과 시장 신뢰 상실은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행여라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정책 판단이 오염된 흔적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성장률 추락 이상의 배신감을 안기게 될 것이다. 정부의 목표의식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제목조차 알기 힘들 정도로 마구 쏟아 부은 경기대책의 선후와 완급을 잘 따져 작은 성과라도 거둬야 한다.
하지만 위기 관리와 미래 대비를 위해 내놓은 정책과제는 혼란스럽다. 신빈곤층 보호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긴급 복지지원, 일자리 10만개 창출, 금융권 자본확충과 한계기업 구조조정, 4대 강 정비, 100조원 규모의 지역발전프로그램, R&D 투자, 공기업 선진화, 녹색성장 등 재탕 삼탕한 백화점식 내용이 그렇지만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끌어댈지도 걱정된다.
더구나 여권에서 '돌격ㆍ돌파 내각'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정밀한 정책시나리오도 없이 일단 돈을 뿌리고 보자는 식의 낡은 생각을 의심하게 된다. 경제 살리기 공약으로 집권한 정권의 정책역량이 아직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