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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대신 '한나라당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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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대신 '한나라당 정부'?

입력
2008.12.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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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봄이 되면 ‘한나라당 정부’가 민주당이 내놓은 일자리 대책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하면서 민주당에 사정하는 사태가 올 것이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14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를 비판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박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과 정부’ 또는 ‘이명박 정부’라는 말 대신 ‘한나라당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우연히 그런 용어가 나온 것일까 아니면 뭔가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걸까.

요즘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한나라당 정부’라는 용어를 쓸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한나라당으로 그대로 전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용어 변경을 통해 양측이 갖고 있는 부정적 측면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도는 아직도 30% 가량에 불과하지만 한나라당 지지도가 40%에 육박하는 것은 여당과 이명박 정부의 이미지가 분리된 데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사이의 미묘한 긴장관계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측면도 들어 있다. ‘한나라당 정부’라는 용어는 ‘이명박 정부’라는 표현에 비해 이 대통령의 여권 내 입지가 축소된 듯한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 그럴 경우 박 전 대표의 여권 내 입지를 감안할 때 양측의 신경전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용어 변경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 민주당이 노리는 정치적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쟁점법안을 놓고 여야 대립이 격해질 경우 민주당이 여권 내부 분란을 노리고 ‘용어전술’을 펼 지도 모를 일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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