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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치권 로비 수사'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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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치권 로비 수사' 만지작

입력
2008.12.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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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가 고민에 빠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 이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까지 구속하면서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에는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참여정부 당시 실세 정치인들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하고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은 검찰로서 욕심을 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수사환경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치권 로비 수사 못할 이유 없다?

수사의 동력은 충분하다. 박 회장은 홍콩 현지법인을 통해 약800억원의 배당금과 이자를 빼돌렸고 세종증권과 휴켐스를 차명거래하면서 약2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등 드러난 검은 자금만 1,000억원 대에 이른다. 검찰도 박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건설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로비활동 등에 검은 자금을 사용한 정황을 잡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에서 받은 50억원의 출구도 정치권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수사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50억원의 목적지로 정치인을 지목한다면 검찰이 그냥 덮고 넘어갈 입장은 아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11일 “검찰은 부패 척결이 본연의 직분인 만큼 수사할 만한 진술이나 계좌추적 상의 단서가 포착된다면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수사의지까지 밝힌 바 있다.

더구나 1년 내내 참여정부를 상대로 벌인 사정수사에서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검찰로서는 이번 수사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당초 세종증권 매각비리 수사는 ‘친노(親盧) 일망타진의 호기’라는 해석까지 나온 터였다.

녹록치 않은 수사환경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이 선뜻 나서지 않는 데는 적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검찰 스스로 ‘계좌추적 등에서 단서가 확보되지 않았고 로비 리스트도 실체가 없다’는 현실론을 들고있다. 실제 박 회장은 로비리스트는 물론 정ㆍ관계 로비 자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전 회장도 50억원의 행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기획관은 14일 “(50억원의)자금추적이 거의 클리어 돼 가는 중이며 큰 의미(정치권 제공설)를 두지 말라”고까지 했다.

사정수사를 확대하다 여권으로 불길이 번지는 상황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박 회장의 로비 리스트에는 이미 한나라당 부산ㆍ경남지역 정치인들이 거명되고 있다. 정 전 회장이 수감 된 뒤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면회한 사실까지 드러나 검찰로서는 ‘로비 리스트’가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정치권 수사로 향하기 어려운 속사정은 검찰 내부에도 있다. 통상 검찰은 연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연초에는 그 동안 미뤄뒀던 미제사건 처리에 나선다. 올해는 정권출범과 함께 휘몰아친 사정수사의 끝이 보이지 않자 검찰 일선에서 “이러다 미제처리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내년 초 개각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의 거취까지 거론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보다는 ‘전열정비’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래저래 검찰은 정치권 수사확대 카드를 들고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확보한 정치인 첩보를 향후 정국돌파 카드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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