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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기성용·이청용, 세계축구의 쌍용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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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기성용·이청용, 세계축구의 쌍용돼야죠

입력
2008.12.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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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08년 한국축구의 중심축에는 늘 '쌍용'이 있었다.

기성용(19)과 이청용(20ㆍ이상 서울)은 베이징 올림픽 본선과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K리그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일약 '한국 축구의 미래'로 떠올랐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으로 축구인과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쌍용'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 많이 배우고 느낀 뜻 깊은 한해

기성용과 이청용은 올해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8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고 9월부터 A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승승장구하며 '천국'을 맛봤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목표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이청용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상대한 것 이상으로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고 올림픽을 회고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일깨워준 '채찍'이 된 셈이다.

기성용은 올림픽 후 매우 심한 '홍역'을 치렀다. 기성용은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축구를 하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고 올림픽 후 경험한 '정신적 공황'을 설명했다.

기성용은 "잘 할 수 있다면 매라도 맞고 싶지만 팬들은 이런 심정을 모르고 결과로만 평가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너무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다"고 길고 힘들었던 지난 여름을 되새겼다.

■ 올림픽에서 맞은 매가 약이 됐다

올림픽에서 맞은 매는 '보약'이 됐다. 이청용과 기성용은 축구 국가대표팀에서의 맹활약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오점을 깨끗이 씻었다. '성적이 좋아야 면목이 서는'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숙명을 새삼 깨달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배짱 좋게 나선 것이 A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 이청용은 "(박)지성형 정도 되는 선수라면 모든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을 기대하지만 우리는 막내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대표팀에 소집되면 한국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레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도 생긴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낮은 팀을 상대로 골을 넣으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나름대로의 '대표팀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기성용은 매번 '팬들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선다. 그는 "팬들의 기대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가대표라는 틀에 머무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저희 아직 어리거든요

FC 서울과 대표팀의 간판 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이지만 프로 선수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아직 부모님에 기대 생활할 나이다.

최근에 자신들을 알아 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는데 아직은 불편하다. 특히 기성용은 "대중 사우나에 가면 유독 알아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부담이 돼 목욕을 못할 지경이다.

사정을 좀 봐주셨으면 한다"고 넋두리를 한다. 이청용은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과 한자리에 있을 때 사람들이 자신만 알아볼 때면 괜스레 미안하고 머쓱하다.

축구 스타로서 화려한 삶을 산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겠지만 스스로 여기는 '삶의 질'은 그리 높지 못하다. 올 한해 훈련과 경기 없이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한 날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수입 관리는 부모님이 하시고 용돈은 필요할 때마다 타 쓴다.

두 사람 모두 '굵고 짧게'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른을 넘긴 후에는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은 이들은 PSV 에인트호벤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지성과 이영표(도르트문트)처럼 해외에서도 같은 팀에서 활약하고 싶어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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