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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에 초등학교… 보육원생 이지용군 서울대 수시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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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에 초등학교… 보육원생 이지용군 서울대 수시합격

입력
2008.12.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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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때까지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보육원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기회균등선발 특별전형을 통해 사회과학 계열에 합격한 이지용(19ㆍ충북 옥천고3)군이 주인공. 부모의 이혼으로 어려서부터 한 살 아래 동생과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던 이군은 13세 때인 2002년 초 아동보호 기관의 도움으로 지역 보육시설인 영실애육원에 맡겨졌다.

곧 바로 동생과 나란히 초등학교 6학년에 편입됐다. 그러나 학교 생활은 암담하기만 했다. 한글을 겨우 떠듬떠듬 읽는 수준이었던 이군은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편입 세달만에 치른 시험에서 전과목 꼴찌의 성적이 나왔다. “그 때까지 학교는커녕 책 한 권 구경해 본적이 없으니 결과는 당연했어요.

하지만 한 살 어린 동급생들에게 창피를 당하면 안되겠다 싶어 이를 악물었습니다.” 이군은 보육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밤을 새워가며 책을 파고 들었다. 성적은 쑥쑥 오르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졸업 무렵엔 학급에서 1등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중ㆍ고교에서는 6년 동안 줄곧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다.

이군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방과 후 친구들이 학원으로 달려갈 때 혼자 학교에 남아 철저히 예ㆍ복습을 하는 방식으로 수능에 대비했다. 담임교사 신상기(55)씨는 “지용이는 고교 3년 동안 새벽부터 자정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힘겨운 생활을 꿋꿋이 이겨냈다”며 “집념과 집중력이 남다른 아이”라고 말했다.

이군은 한 번 책을 잡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끈기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공부벌레’는 아니다. 농구, 배구, 축구등 못하는 운동이 없고 컴퓨터 게임도 좋아한다. 고교 1학년 때는 충북남부 3군 길거리 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3학년 들어서는 총학생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군의 합격 소식에 70여명의 보육원 식구들은 축제 분위기다. 보육교사 신중호(31)씨는 “개원 50년만에 첫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데다 동급생인 동생도 부산 동주대 수시 모집에 붙어 경사가 겹쳤다”며 “지용이 형제를 위해 축하 잔치를 열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제구호기구서 활동중인 한비야 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이군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유엔 등에서 제 3세계 빈곤이나 인권 문제 등을 연구하고 해결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옥천=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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