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인 내가 이 정도이니 초ㆍ재선은 숨도 못 쉴 거다."
민주당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중진 의원이 후원금 얘기를 꺼내며 한 말이다. 그만큼 후원금 가뭄이 심하다는 얘기다. 경제 위기에서 시작한 한파가 정치인 후원금 시장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맞는 첫 해여서 후원금 냉기가 남다르다. 여당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던 모 중진의원은 후원금 한도(1억5,000만원ㆍ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에 턱없이 모자란 모금액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 연말이면 후원금 한도를 훌쩍 뛰어넘어 후원회 계좌를 서둘러 닫아야 했던 그다. 민주당의 또 다른 중진의원의 보좌관은 "기업에서 1인당 500만원씩 임원 몇 명의 명의로 모아 주던 큰 후원금이 싹 사라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초ㆍ재선의 상황은 더 열악해 '후원금 삼재(三災)를 맞았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그나마 도움이 됐던 소액후원금 전액소득공제 같은 제도적 혜택은 4월 총선 후원금 모금 때 다 활용해 버렸는데 이제 야당 신세가 됐고, 여기에 경제 한파까지 겹쳐 좀처럼 손을 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의원들은 "경기 한파로 후원금의 '후'자도 꺼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호구지책으로 동료의원들에게 후원회 안내장을 돌렸지만 후원금을 보내 준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그는 "과거엔 후원회 안내장을 돌리면 원내대표 30만원, 당 대표 50만원 식으로 품앗이를 해 줬다는데 경제 한파 속에 이마저 사라진 모양"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 사정에 밝은 한 재선 의원은 "초ㆍ재선은 1억원을 못 채우고 3,000만원, 2000만원 모금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물론 여당은 야당보다 사정이 낫다. 남경필 원희룡 등 지명도 있는 의원들은 일찌감치 후원금 한도를 채웠다. 하지만 초ㆍ재선 의원은 아무래도 경기 한파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일부는 현재까지 5,000만~6,000만원 모금에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경기가 어려워 무더기로 후원회 안내장을 보내 봤자 우표 값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 몇 명에게만 보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존 전략도 눈물겹다. 의원은 물론, 보좌진도 연말 초ㆍ중ㆍ고 동창회 참석은 필수이다. 그래도 믿을 데는 지인과 동문뿐이라는 생각에서다.
일부는 후원회 총회를 여는 등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모금 기회를 조성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의원실도 적지 않다. "오늘(15일) 의총이 끝나고 의원 4명이 국회 앞 김치찌개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는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우리끼리 비싼 것 먹을 필요가 뭐 있냐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진실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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