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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잃는 감세… 힘받는 재정지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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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잃는 감세… 힘받는 재정지출 확대

입력
2008.12.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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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더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정부지출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것뿐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 경제위기시 재정지출 증대를 주장하는 '케인지언(케인즈주의자)'의 발언이 아니다. 레이건 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장이었고, 올해 대선에서도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제 자문을 맡아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주장했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펠드스타인 등 정부지출 옹호론자로 급선회

치열했던 올해 미국대선 도중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을 덮치자, 경제학계에서는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감세'와 '재정지출'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이냐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주로 감세를,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직접적인 대규모 정부지출을 옹호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고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 경기 침체로 급속하게 확대되면서 '감세론'의 목소리는 급속히 수그러지고 있다. 펠드스타인 교수도 "조지 W 부시 정부가 대규모 세금 환급을 실시했지만 80%가 소비가 아닌 부채상환과 저축에 쓰였다"면서 재정정책 옹호론자로 돌아섰다.

그는 기고문에서 "이전 경기 침체는 주로 12개월 전후에서 끝났기 때문에 정부 지출의 효과가 이미 경기가 회복기로 전환될 때 나타나 성공적이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경기 하강은 훨씬 길게 지속될 것이므로 정부지출이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바마 경제팀이 2년 간 5,000억달러였던 경기부양책 규모를 최대 1조달러로 규모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조지 W 부시 정부 초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냈던 로런스 린지가 2년간 8,000억~1조달러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펠드스타인 교수도 연간 3,00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4,000억달러로 올렸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전통적 공화당 계열의 감세론자들이지만, 현 위기 타개를 위해선 지출확대가 더 유효함을 시인한 셈이다.

'작은 정부'론 입지 좁아져

아직까지 감세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지금과 같은 역사상 보기 드문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더불어 감세를 추진해야 하며 ▦감세의 대상은 소비를 일으킬 수 있는 저소득층과 중간층에게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작은 정부'를 외치며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최근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비롯, 학계와 금융기관의 경제 전문가 9명에게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5,000억달러를 배분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은 5,000억달러를 감세나 정부지출 중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 둘 다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전제했는데, 결과는 정부지출의 우세승이었다. 감세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단체 '성장을 위한 클럽' 소속인 앤드류 로스가 전액을 법인세 인하에 사용하겠다고 말했고 케이지 멀리건 시카고대 교수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의 비중을 3 대 2로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감세는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정부지출과 감세의 비중 중 정부지출의 비중을 더 높게 두었다.

맨큐, 새 논쟁 불 붙였다 체면 구겨

재정지출의 '판정승'으로 정리되는 듯하던 '감세 대 재정지출' 논쟁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11일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재정지출의 효과가 별로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불 붙었다.

맨큐 교수는 수전 우드워드와 로버트 홀이라는 경제학자가 블로그에서 "미국의 2차대전과 한국전쟁 당시 정부지출 증가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미친 영향은 1배에 그쳤다"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반면 오바마 경제팀에서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을 크리스티나 로머의 연구에 따르면 감세정책의 GDP 증가 효과는 3배에 달한다며 "케인즈주의 교과서에 경도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 정부지출의 효과가 감세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감세 옹호론자들은 맨큐의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적극적으로 퍼 나르며 정부지출의 효과가 적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로머 교수의 연구는 '1% 감세가 경제성장률을 3% 높인다'는 내용이 아니라 '1% 증세가 경제성장률을 3% 떨어뜨린다'는 내용이었고, 이를 곧바로 감세에 적용시킬 수는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또 이 연구는 일반적인 증세 사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비상시 세금정책은 제외한 것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결국 다른 학자의 연구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맨큐는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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