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연습이었고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예산안 파행 처리 이후 여야 모두에서 나오는 정국 전망이다. 여야가 내년 1월10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놓고 사활을 건 충돌을 벌일 것임을 예고하는 말이다.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 연말연초 정국은 꽁꽁 얼어 붙을 개연성이 크다.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안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화성이 큰 법안들이어서 여야 대치는 불 보듯 뻔하다.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비롯한 규제완화 및 경제 관련 법안 등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각오이지만 민주당은 이들 법안과 함께 정치ㆍ사회 관련 법안도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는 경제위기라는 상황을 감안해 가급적 충돌을 피하려 했으나 쟁점법안을 두고는 격돌을 주저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예산안 파행 처리 과정에서 서로 감정도 상했다.
여야 모두 일전불퇴의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4일 “쟁점법안은 전쟁모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전쟁은 끝이 났지만 연말까지 법안전쟁이 남았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출장 자제령도 내렸다. 여권은 이번 주부터 각종 법안을 국회 상임위에 상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반면 민주당의 자세는 더 강경하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을 진정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론분열 법안의 상정과 토론은 철저히 배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은 예산안을 몸으로 막지는 않았지만 법안 처리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 처리 때보다 실력저지 카드를 쓰기가 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법안 문제는 당의 정체성과도 더 연관돼 있다.
당장 여당이 이번 주 상정하려는 법안부터 뜨거운 논란 거리가 될 전망이다. 우선 한나라당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이 격렬한 갈등 소재가 될 것 같다. 여당은 이를 경제살리기를 위한 규제완화 법안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은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른바 ‘떼법’을 막겠다면서 여당이 추진하는 불법집단행위 집단소송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촛불탄압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는 문제나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 관련 법안을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다. 여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이번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 직무범위 확대를 위한 국정원법 개정안 등 ‘이념’과 연관된 법안도 민주당의 강력 반대로 처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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