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2일 민주노동당의 '게릴라 정치' 때문에 예산안 처리에 진통을 겪었다. 민노당 내부에선 5석 미니정당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자감세' 전선에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부각시켰다는 자화자찬식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이 주요 정당이 모인 국회 회의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대를 교란시킬 때마다 '소수의 횡포'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표결과 다수결을 기본원리로 삼는 의회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국회 법사위 회의장 점거 농성을 풀었다. 전날 밤 11시부터 점거를 시작했으니 꼬박 16시간30분 만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예고한 16개 감세법안 심사시한(낮 1시) 내 처리가 어렵자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우회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민노당은 농성해제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은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국회일 뿐"이라며 "5일 간 이어졌던 원내투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노당 의원 5명은 이날 밤 11시34분쯤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피켓 시위를 하다 제안설명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원내 유일 진보정당이 너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얼마 전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그런 점에서 게릴라 정치를 성공한 승부수로 여기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날 나온 성명서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왜 민노당이 국회를 마비시키고, 예산안 처리에 발목을 잡느냐고 비난했다. 그 대답은 하나다. 서민을 위해서다"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당 관계자는 "부자감세 반대 논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게릴라 정치'는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한다는 근본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거리가 아닌 의회정치의 장에서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럼에도 민노당은 "법안을 상정한 뒤 토론하자"는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사위원장의 제안도 외면한 채 법사위 점거농성을 고집했다. 결국 해당 법안들이 법사위 심사를 거치지 못한 채 의장 직권상정으로 부실 통과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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