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15세 소년이 경찰관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실직과 경제난에 찌든 젊은이들을 자극하면서 스페인, 덴마크, 독일 등 유럽 각국으로 무섭게 번지고 있다.
CBS방송,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11일 각각 200여명의 청년들이 은행, 상점, 경찰서를 공격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살인마 경찰"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고 이 과정에서 그리스 국적의 소녀 1명을 포함한 1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프랑스 남부 보르도의 그리스 영사관 앞에서도 이날 청년들이 자동차 등을 태우며 격렬하게 시위했다.
앞서 9일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10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위대가 경찰차를 부수거나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대치했다.
유럽 주변 국가의 시위가 유럽 중심권에까지 일파만파를 부르는 현상에 대해 CBS방송은 프랑스 주재 그리스 영사 미켈 콜피아스를 인용,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높은 실업률, 저임금 등에 불만을 가진 젊은층이 시위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 시위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내무부 대변인 제라드 가쉐는 "최근의 시위에는 극좌파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스에서 시작된 시위가 어떻게 번질지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저임금 직종에 취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유로존의 경제적 통합으로 유럽 전체는 부유해지고 있지만 자신들은 여기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 시위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어 시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인터넷에 시위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 진원지인 그리스에서는 11일 아테네와 테살로니키 등 대도시에서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던져 수백채의 건물이 불에 타거나 파괴됐다. 또 야권이 반정부 시위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AP통신은 "시위대가 시위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조기 총선 등 정치적 결단이 나오지 않는 한 혼란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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