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의 문제점을 절차상 야당을 배제한 ‘강행 처리’, 내용적으로는 ‘졸속ㆍ밀실 심사’로 요약했다.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사실상 단독 처리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 동안 예산결산특위와 원내대표 회담에서 합의된 삭감부분을 무시하고 정부 원안이나 오히려 증액해서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14일 “일자리ㆍ서민 예산을 반영하라는 야당의 주장이 철저히 배제됐다”며 “여야 합의까지 파기한 사기, 기만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석 정책위의장도 “계수조정소위의 심사기간이 고작 6일에 지나지 않았고, ‘삭감→증액→삭감’이라는 심사의 기본 절차를 무시했다”면서 ‘졸속ㆍ밀실ㆍ날치기 예산’으로 규정했다.
2004년 이후 계수조정소위 심사기간은 10~18일. 그러나 올해는 정부여당이 경제위기를 거론하며 예년보다 20일 정도 앞당긴 처리를 밀어붙여 졸속 심사를 자초했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민주당은 특히 12일 밤 이한구 예결위원장이 잠적해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와중에 정무위에서 삭감된 자산관리공사 예산이 예결위에서 4,000억원 증액되는 등 일부 항목의 증액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예결위가 상임위에서 삭감해 올린 항목을 다시 증액할 경우 해당 상임위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규정(국회법 84조 5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내용에 있어서는 4대강 정비사업과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 지역의 SOC예산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11, 12일 7차례에 걸친 원내대표 협상에서 여야는 두 사업에 대해 총 1,000억원의 삭감을 합의했다. 그러나 막상 강행 처리한 예산안의 뚜껑을 열어보니 포항 지역의 SOC 예산만 160억원 정도 삭감됐을 뿐이었다.
전체 SOC 예산 삭감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최인기 당 예결위원장은 “한나라당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5,000~6,000억원 삭감을 약속해놓고 강행 처리를 틈타 자기 당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을 봐주느라 삭감 폭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불만으로 민주당은 막판에 여야 합의를 반영하지 않은 채 예산안 처리를 주도한 이한구 예결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한구 위원장은 여야 합의는 무시하고 대통령과 형님(이상득 의원)에 대한 충성만을 과시했다”고 비난했다.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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