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동반자 관계와 포괄적 협력이다. 대표적인 신흥경제국인 한국, 경제규모 2위인 일본, 미국을 압도할 정도로 커진 중국이 명실상부하게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다면,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정치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위상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일단 형식적인 틀은 갖추었다. 1999년 이후 아세안+3 회의 기간 중 열리던 3국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렸다는 점, 그리고 내년은 중국, 2010년은 한국에서 열기로 하는 등 3국 정상회담을 정례화한 것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아울러 여러 실무급 회의의 정례 개최에도 합의한 점도 제도적인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용적으로도 포괄적이고 묵직한 합의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내놓은 합의사항 중 골자는 3국 동반자 관계 구축, 글로벌 금융위기 등 제반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 긴밀협의다. 세 정상은 또 ‘3국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성명’, ‘국제금융 및 경제에 관한 공동성명’, ‘한중일 3국 협력 증진을 위한 행동계획’, ‘재난관리 협력에 관한 3국 공동발표문’ 등을 채택했다. 이들 합의와 공동성명은 동북아, 나아가 국제사회의 현안들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실천이 담보만 된다면, 3국에 의해 새로운 국제정치의 지형이 그려질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한중 및 한일 간 통화스와프 확대, 12개월간 신규 무역장벽 도입 및 수출제한 조치 자제 등도 결의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검증체제 수립에 비협조적 자세를 보인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비핵화 실현을 위해 긴밀히 협의키로 한 점도 비록 수사(修辭)라 할지라도 북중 혈맹관계를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공동성명과 합의는 탄탄한 공조의 밑그림을 그렸지만 국제정치 현실에서 실제 구현될 수 있느냐는 속단할 수 없다. 냉정하게 보면 그저 말의 성찬에 끝날 수도 있다. 그만큼 3국 간 역사적 곡절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 한중 간에는 동북공정 문제, 중일 간에는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등이 엄존하고 있다. 북핵 해법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 배분 문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인화성이 강한 이런 문제들은 어느 순간 각국의 민족주의와 결합하면 양자 관계는 물론 3국 관계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이런 미묘한 갈등 구조 속에 3국이 동반자 관계를 구축, 더 큰 구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려한 합의보다 그 합의의 성실한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쿠오카 정상회담은 결론이 아닌 3국이 나아가야 할 화두를 던졌다고 평할 수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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