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리드먼 지음ㆍ최정임 등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592쪽ㆍ2만9,800원
21세기의 지구는 중환자실에 묵고 있다. 온난화, 전 세계 중산층의 폭발적 부상, 급속한 인구 증가. 지구의 병실 앞에 내걸려 있는 질환 목록은 큰 것만 해도 저 정도다. 지금 이대로라면 더욱 불안정하고, 더욱 위험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책 <코드 그린> 의 부제로 붙인 '뜨겁고(hot) 평평하고(flat) 붐비는(crowded) 세계'는 현재 인류가 감당해야만 하는 현상을 직유한다. 온난화, 국경 없는 경쟁, 인구 팽창 등에 대한 수식어다. 코드>
저자는 미국이 이라크전에서의 실수를 만회하려면 "청정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국제 유가를 낮추는 것"(159쪽)이 지금이라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신재생 에너지 생산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효율 시스템을 고안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평평함과 붐빔이 중첩된 극적인 예가 도하, 다롄(大蓮) 등 '미국병'에 걸린 세계 도처의 대도시들이다.
저자의 전개 방식은 논리적이다. 에너지와 기후 문제, 생물 다양성이 위협 받는 지구 등 현 상태의 심각성을 전반부에서 죽 개관한 뒤 그러한 도전 과제에 대한 구체적 대처 방식을 후반부에 제시한다. 청정 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향상, 환경보존 전략 수립 등으로 요약되는 대처 방안이 전 세계가 "그린(green)해지는 혁명의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라 전망한다.
뜨거움과 붐빔이 결합해 에너지 빈곤과 석유 독재가 심화되고, 기후 변화는 가속화된다. 기술 혁명을 내세워 진행되는 세계화라는 마술은 세계의 장벽을 무너뜨린다. '에너지 기후 시대'(Energy Climate EraㆍECE)라는 개념은 이 지점에서 탄생한다.
여기서는 부족해지는 에너지 및 천연자원에 대해 수요가 증가할 뿐 아니라, 석유 독재자들에게 막대한 부가 이동한다. 동시에 파괴적인 기후 변화와 함께, 전기가 결정적 변수로 등장한다. 한편 생물체들이 기록적 속도로 멸종, 생물 다양성이 급감한다. 저자는 이들을 차세대의 '5대 골칫거리'라고 부른다.
그 현실적 해결책은 정치와 기후 및 에너지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저자는 IT(정보기술)와 ET(에너지기술)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융합되는 '에너지 인터넷' 시대로 돌입했다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는 그 결과로서의 에너지 기후 시대에 대한 설명에 할애된다. 가장 저렴하고도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전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러운 연료 시스템을 유산으로 갖고 있는 기존 기업들"(529쪽)을 맹렬히 성토하는 것이 그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 책과 저자의 주장에 대한 논박은 만만찮다. 빈곤, 질병, 독재, 테러리즘, 핵 확산 등의 문제가 엄존하는 지구촌에서 저 같은 주장은 '미국적 기만'에 가깝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체 에너지 개발 명목으로 1,500억달러(210조원)의 예산을 요청하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주장이라는 반박이다.
결국 저자는 자기 나라, 미국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이라는 기본 노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용단을 촉구하는 것은 그래서다. 지구촌에서 미국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증하고 있다는 현실을 강조한다. 그는 차라리 솔직하다. 미국으로서는 시험이자 동시에 기회가 닥쳤다는 것이다. 미국의 실질적인 개입 없이는 현재의 난제에 대한 의미있는 해결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토로다.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 국제 질서와 세계화에 대해 쓴 책으로 세 차례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인기 칼럼니스트다. 위키백과는 그를 "유대계의 리버럴한 인기 칼럼니스트"라고 요약한다. 그같은 그의 성향은 "우리(미국)가 기술적ㆍ경제적ㆍ도덕적 리더십을 유지하는"(23쪽) 길을 제시하겠다고 쓴 도입부의 대전제에서 이미 확인되는 바이기도 하다. 세계는> 렉서스와>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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