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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14일 '100회' 공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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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14일 '100회' 공연 맞아

입력
2008.12.17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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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여가 시간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 어떤 이에겐 비루한 현실을 잊게 하는 매혹의 대상이 되는 뮤지컬. 그것이 이들에겐 오랜 염원을 담은 꿈이었다.

뮤지컬 '캣츠'를 시작으로 발레리노에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정주영(30), 유회웅(25), 백두산(26)씨. 국립발레단 출신인 정씨와 유씨, 프리랜서 발레리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백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14일로 100회를 맞는 '캣츠'를 통해 뮤지컬 배우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발레리노라는 수식어로만 묶였을 때도 이토록 유쾌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정주영(맥캐버티 역) 유회웅(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역) 백두산(알론조 역)씨는 "발레를 할 때와 달리 장기 공연을 하고 있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크다"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며 즐거워했다.

"주영이 형은 살이 너무 빠져 요즘 '종이인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유씨의 말에 정씨가 "내가 아프다고 하면 다들 접착테이프로 붙여준다고 나선다"며 농담을 거든다.

"그저 설레기만 했던 공연 초기와 달리 작품 자체에 녹아들면서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을 즐기는 지금은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캣츠'가 워낙 몸을 많이 쓰는 작품이어서 다들 몸무게는 5kg 이상 빠졌지만요."

고교시절부터 가졌던 열망 때문에(정주영), 발레를 배우는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한 끼를 감출 수 없어서(유회웅), 노래와 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백두산) 뮤지컬에 도전한 이들은 공연 횟수가 늘면서 무엇보다 관객과 직접 소통의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발레도 매력이 있지만 뮤지컬은 관객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게 장점이죠.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데도 공연을 마치면 힘들지 않았느냐며 다가와 챙겨주시는 관객도 많아요."(정주영)

"1막과 2막 사이 객석에서 장난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아주머니들이 허벅지나 엉덩이를 만질 때는 좀 당황스럽기는 해요."(백두산)

주거니 받거니 대답을 이어가는 이들의 완벽한 호흡은 애틋했던 오디션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듯했다. 유회웅씨는 "발레단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옥상에 올라가 쪼그려 앉아서 노래 연습을 할 때 주영이 형이 '멋 내려 하지 말고 음만 찍어 정직하게 부르라'고 조언해준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안정된 수입과 발레리노로서의 명성을 뒤로한 채 뒤늦게 뛰어든 이들의 뮤지컬 데뷔는 일단 성공적으로 보인다. 팬들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역의 유씨는 '캣츠' 출연진 중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은 스스로에게 뮤지컬 배우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이 어색하다는 그들이다.

"발레리노 출신이라는 관객의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게 가장 큰 과제죠.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노래 연습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작품에서 무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할 듯해요."(정주영)

"몸을 쓰는 것은 익숙하지만 노래를 하며 춤을 추는 게 정말 어려워요. 숨이 턱밑까지 차 와 정말 죽을 것 같더군요. 저도 당당히 스스로를 뮤지컬 배우라고 소개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노래를 제대로 배우려고 해요."(백두산)

"항상 관객의 박수 소리에 힘을 얻지만 저도 모르게 과장된 연기를 하는 날이 있어서 요즘은 그 박수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해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뮤지컬 배우라는 표현은 조심스럽지만 언젠가 뮤지컬 안무는 꼭 해 보고 싶네요."(유회웅)

공연은 내년 1월 18일까지. (02)501-7888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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