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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BIS비율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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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BIS비율이 뭐죠

입력
2008.12.17 05:06
0 0

Q.

요즘 은행들이 ‘제 코가 석자’라 어려운 기업들에게도 대출을 잘 안 해준다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띕니다. 이 때 은행들의 속사정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BIS 비율’이라는 건데요. 요즘은 감독당국도 은행들에게 이 비율을 높이라고 다그치고 있답니다. 도대체 BIS 비율이 뭐고 얼마나 중요하길래 이처럼 문제가 될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흔히 쓰는 BIS 비율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줄인 말입니다. 국제결제은행(BIS) 산하에 있는 바젤위원회(은행감독 업무의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구성된 위원회)가 정한 것인데요. 대출 같은 ‘위험자산’에 비해 안전한 자산인 ‘자기자본’(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일정수준 이상 가지도록 은행들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BIS 비율은 1988년7월 각국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기준으로 설정됐습니다. 이 비율을 정한 협약을 ‘바젤Ⅰ’이라고 하며, 적용대상 은행은 전체 위험자산 규모의 8%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갖고 있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대출해 준 기업이 망해 대출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최소한 8% 정도는 비상금(자기자본)으로 챙겨 놓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바젤Ⅱ는 뭐죠?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BIS비율은 바젤Ⅰ에서 요구하던 사항이구요, 요즘 은행들은 여기서 한단계 발전한 ‘바젤Ⅱ’를 기준으로 새로운 BIS 비율을 산정하고 있답니다.

바젤Ⅱ란 은행의 리스크를 보다 잘 파악하고 은행이 보다 건실해 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바젤위원회가 2004년에 새로 제정한 국제기준으로 ‘신 BIS협약’이라고도 불립니다.

기존의 바젤Ⅰ이 그동안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는 했습니다만 부실 기업이나 건실한 기업을 똑같이 취급해 대출의 위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죠. 또 90년대 이후부터 바젤Ⅰ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신종 금융상품이 대거 등장하는 등 금융환경이 변화하면서 그 유효성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젤Ⅱ가 나온거죠.

바젤Ⅱ는 대다수 회원국들이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바젤Ⅱ를 도입했구요. 그래서 요즘 은행들이 한창 씨름중인 BIS 비율은 대부분 바젤Ⅱ를 기준으로 한 BIS 비율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들이 BIS 비율 하락을 우려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을 막고자 2년간 한시적으로 바젤Ⅰ과 바젤Ⅱ를 기준으로 각각의 BIS 비율을 산출해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바젤II 기준으로 통일할 예정입니다.

BIS 비율은 왜 떨어지는 거죠?

바젤Ⅱ에 의한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분자로, 총위험가중자산(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분모로 해서 산출됩니다. 대출자의 신용도에 따라 신용위험 가중치를 다르게 해서 보다 정교하게 만들고 총위험 가중자산에 운영리스크를 추가했습니다. 이를 산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BIS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위험가중자산Ⅹ100

*자기자본 = 기본자본 + 보완자본

*총위험가중자산 = 신용리스크 + 시장리스크 + 운영리스크

보다 쉽게 예를 들어 볼까요. A은행의 상황이 아래 표와 같고 시장리스크와 운영리스크는 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해 보겠습니다. (표참조)

현 상황에서 A은행의 BIS 비율은 15억원(자기자본)을 160억원(신용리스크+시장리스크+운영리스크)으로 나눈 9.38% 입니다.

그런데 경기둔화로 K기업의 신용등급이 BB에서 B등급으로 떨어졌다고 합시다. BB일 때 100%이던 위험가중치가 B일 때 150%로 커진다면, 100억원의 대출자산에 대한 신용리스크도 100억원(BB일 때)에서 150억원(B일 때)으로 늘어나겠죠. 이 경우, A은행의 총위험가중자산은 160억원(100억원+50억원+10억원)에서 210억원(150억원+50억원+10억원)으로 늘게 됩니다. 결국 자기자본 15억원을 210억원으로 나눈 A은행의 BIS 비율은 7.1%로 낮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K기업의 경영이 건실해지면서 신용등급이 A등급으로 상승해 100억원의 대출자산에 위험가중치 50%가 적용되는 경우라면 A은행의 총위험가중자산은 110억원(50억원+50억원+10억원)이 돼서 BIS 비율은 13.6%까지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A은행은 가만히 있어도 K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총위험가중자산이라는 분모가 변하게 되고 결국 BIS 비율도 달라질 수 있는 셈이죠. 이 때문에 은행은 대출을 한 뒤에도 대출자가 제대로 갚을 능력을 유지하는지 늘 유심히 지켜보게 되는 거죠.

어떻게 하면 BIS 비율을 높일 수 있나요?

은행 입장에서 BIS 비율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분자인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분모인 총㎸瘟≠像迷遠?줄이는 거죠.

먼저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주식을 발행해 은행의 돈을 늘리거나 ▦지주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한 돈으로 자회사인 은행의 주식을 사는 방법 등으로 ‘기본자본’(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늘리거나,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보완자본’(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후순위채 발행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난 후부터 매년 일정한 비율로 자본인정 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에 BIS 비율 상승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서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후순위채 발행보다는 기본자본을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지요.

총위험가중자산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대출규모를 줄이거나 ▦은행에서 나간 대출 중 채무자의 사정 등으로 회수가 어려운 부실한 대출은 은행이 계속 보유하지 않고 팔아버리거나 ▦기존에 보유 중인 대출자산을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실제 최근 국내 은행들도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회수가 어려운 대출들을 과감히 정리하려는 분위긴데요, 이런 노력들은 대출 당사자에겐 힘들겠지만 금융회사나 전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오종민 조사역

▦풀어읽는 키워드

자기자본: 총자산서 부채를 뺀 순자산 위험가중자산: 신용위험도 등 리스크가 반영된 자산

자기자본이란 기업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을 말합니다. 이는 순자산이라고도 하며,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자본은 자기자본의 핵심이 되는 자본으로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연결자회사의 외부주주 지분, 미교부주식배당금 등이 여기 해당됩니다.

보완자본은 전형적인 자기자본은 아니지만 자기자본에 포함될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인정되는 항목으로 각국의 회계ㆍ조세 제도에 따라 감독당국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자본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한부후순위채 발행자금, 대손충당금 등이 해당됩니다.

위험가중자산이란 BIS 비율 산출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신용도에 따라 분류하고 위험이 높을수록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하여 산출한 리스크가 반영된 자산을 말합니다. 위험가중치는 거래 상대방 및 신용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 돈 구하기 바쁜 우리나라 은행

요즘 우리나라 은행들이 돈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되는 BIS 자기자본비율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의 BIS비율은 10.6%입니다. 통상적으로 BIS 비율이 8%만 넘으면 은행이 건강하다고 판단하지요. 9월말까지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겉보기에는 멀쩡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생겼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했지요. 돈을 빌린 기업들이 제때 이자를 못 갚거나, 도산까지 한 겁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빌려 준 돈을 떼일 위험에 직면했죠. 결국 자기자본은 그대로인데 위험자산이 늘어나게 됐고, 자동적으로 BIS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은행들은 시중에 돈을 끌어와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들은 고금리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들이고, 지주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해 그 돈으로 자회사인 은행의 자본금 충당에 쏟아 부었습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이 최근 발행한 후순위채권 규모만 4조원에 이릅니다. 또 각 금융지주사가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 물량도 2조원에 육박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돈을 끌어들여도 은행들의 건전성이 여전히 위험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부실자산 규모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내년 1월말까지 시중 은행들에게 11조원 가량의 돈을 더 마련해 자본금을 늘리라고 하면서 극심한 '돈 가뭄'에 빠졌습니다. 큰 은행들이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금여력이 떨어지는 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 때처럼 정부의 돈(공적자금)을 빌려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가뜩이나 돈이 돌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풀어줘야 할 은행들이 오히려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대출까지 줄이면서 기업과 가계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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