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통화 스와프 계약에 이어 한ㆍ일, 한ㆍ중 간 통화 스와프가 확대됨으로써 400억달러 이상의 '외화 박스'가 추가로 확보됐다. 규모도 규모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평시에 쓸 수 있는 외화를 확보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는 한 외화 자금난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쉽지 않겠지만, 이제 최악의 상황은 넘기지 않았느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화 스와프 확대 내용
그간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는 130억달러. 이 중 30억달러는 평시에 언제든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엔화를 빌려 쓸 수 있는 자금이고, 나머지 100억달러는 원화를 담보로 달러화를 직접 가져올 수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등의 '전시'에만 쓸 수 있는 자금이었다. 당장 동원 가능한 자금은 30억달러 규모의 엔화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번에 확대된 한도는 170억달러. 원ㆍ달러 교환이 아니라 원ㆍ엔 교환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전액 평시에 동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의 통화 스와프 확대 협상이 급진전되자 아시아의 리더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일본이 뒤늦게 협상에 적극 나섰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4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확대 규모가 훨씬 크다. 달러로 받는 자금은 없고 전액 원화와 위안화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대신 기존 40억달러는 위기 때 사용 가능하지만, 추가된 260억달러는 평시에 인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화 자금난 최악 넘겼다
한ㆍ미 통화 스와프 잔액 230억달러, 국제통화기금(IMF) 단기유동성 지원창구 220억달러를 포함하면, 이제 우리가 확보한 외화 안전판은 1,000억달러를 넘는다. 국민 정서 탓에 IMF 자금을 빌려 쓰기가 쉽지 않고, 일본 및 중국과의 스와프 중 일부는 위기 때만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700억달러에 육박하는 셈이다.
물론 엔화와 위안화는 달러에 비해 외화 자금시장 안정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기는 하다. 정부 스스로도 "한ㆍ미 통화 스와프에 비해 시장 안정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엔화는 다소의 비용만 부담한다면 언제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기축통화 중 하나. 더구나 극심한 엔고(高) 현상 탓에 엔화 차입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겐 단비가 될 수 있다. 중국 위안화 역시 무역금융 등 실수요에 얼마든 활용이 가능하다.
단기간에 어려움이 해소되진 않겠지만, 이번 통화 스와프 확대가 시장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해외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는 외화 자금 사정이 급격히 좋아질 수는 없다"며 "하지만 시장에 만연한 불안 심리를 다소 걷어냄으로써 달러 사재기 등 극단적인 위험 회피 현상은 차차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