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망한 우리 경제의 내년 2.0% 성장은 선진국으로 치면, 사실상 0%나 마이너스 성장과 다를 바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대략 2% 안팎을 선진국의 제로 성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해 왔다.
만약 지금의 기대대로 내년 하반기 경기가 상승 반전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기나긴 빙하기'에 접어들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 이미 한겨울에 들어서
성장률로 치면, 우리 경제는 이미 한겨울에 들어섰다. 올 4분기 성장 예상치(-1.6%)가 시장의 전망보다 빠르게 이미 3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랭의 최대 원인은 믿었던 수출의 급격한 악화추세다. 한은은 올 4분기 수출이 3분기보다 15.5%, 지난해 4분기보다는 15.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올 들어 매분기 10% 안팎(전년 동기 대비)의 증가세를 보여왔다.
■ 내년, 뭐 하나 좋은 게 없다
한은의 내년 전망치는 세부 항목별로도 평년 수준에 근접한 수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상반기 전망은 대부분 마이너스다.
성장동력 가운데 제1의 버팀목인 수출의 증가세는 8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될 처지다.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동반침체가 뻔하기 때문이다. 전년동기 대비 상품수출 증가율(통관 기준)은 올해 14.7%에서 내년 -6.1%로 추락하면서 2001년(-12.7%)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수출 증가율은 2002~2007년 줄곧 두자릿수를 기록해 왔다.
다만, 원자재가격 하락과 내수 위축으로 수입이 더 큰 폭(내년 -12.9% 전망)으로 위축되면서 경상수지는 올해 45억 달러 적자 전망에서 내년 220억달러 흑자로 전망됐다. 더 많이 팔아서가 아니라 살림을 줄여 만드는 흑자인 셈이다.
소비와 투자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까지 3~4%대를 유지했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5%, 내년에는 0.8%로 반토막이 유력하다. 기업들 역시 투자를 줄여, 연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0.2%로 2003년(-1.2%) 이후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3.8%까지 추락할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내수부진은 결국 일자리를 줄인다. 취업자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 28만명에서 올 14만명으로 반토막나고 내년에는 4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대량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4만명 감소도 우려됐다.
■ 그나마 전제가 유지돼야
이번 한은의 전망치는 상당히 낙관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 내년 세계 전체 성장률은 1.9%, 우리 원유도입 단가는 배럴당 평균 55달러, 원자재가 상승률 -18.0% 등이다.
세계은행이 최근 내년 세계 성장률을 0.9%로 내다본 것에 비하면 다분히 희망적인 시나리오인 셈. 그만큼 언제든 더 나빠질 수 있는 수치다. 한은도 "이번 전망은 전제가 바뀌면 언제든 위, 아래로 달라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4.0%로 예상된 2010년 성장률도 경제가 본격 회복기에 들어선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한 해 전과 비교하는 성장률의 특성상, 2009년의 초 저성장에 따른 착시효과(기저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어두운 터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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