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의 여야 합의 처리는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 여야는 예산안 처리 합의 시한인 12일 밤 늦게까지 협상을 거듭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민주당 없이 자유선진당과 함께 밤 11시34분께 본회의를 열어 감세법안을 처리하고, 예산안은 13일 새벽 처리 수순을 밟아야 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감세법안 본회의 처리에 나서자 민주노동당이 격렬히 저항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첫 회담을 시작으로 4차례나 연쇄 회담을 가지면서 한때 의견 접근을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밤 9시10분께 4차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하루종일 긴박하던 긴장의 끈은 최대로 팽팽해졌다.
민주당은 4차 협상에 갖고 온 정부, 여당 안에 대해 “애초에 합의했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한푼도 삭감되지 않았다”고 반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기만전술”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이때부터 국회 예결위 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여당을 성토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12일 처리’에 합의했던 만큼 여당이 단독 처리에 나서더라도 몸으로 막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예산안 처리에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도 합의 정신은 지키겠다는 의미다.
반면 한나라당은 밤 10시께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 없는 예산안 처리 방침을 확정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예산은 한푼도 삭감 못한다고 하고 증액만 해 달라고 한다”며 “경제 살리기엔 관심 없고 오직 정치 공세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11시34분께 본회의를 소집해 예산부수법안인 감세 법안 처리에 나섰다. 자정을 넘겨 차수변경도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노당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로 감세 법안이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못하자 이를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한나라당은 동시에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도 재가동해 예산안 처리 절차도 밟아나갔다. 그러나 민노당 의원과 당직자 30여명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부자감세 철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아 충돌을 빚었다.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200여명도 예결위 회의장 쪽 로텐더홀에서 몸으로 막지는 않으면서도 ‘예산 쿠데타’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민노당 의원 5명은 본회의장 내에서도 ‘서민 말살 야합예산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몸싸움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13일 새벽 본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선 주요 쟁점이었던 SOC 관련 예산을 6,000억원 삭감하는 선에서 잠정 합의하는 등 의견을 일부 좁히기도 했으나 삭감의 구체적 내용, 증액의 규모 및 항목을 두고는 끝내 합의 하지 못했다.
특히 증액의 규모에서 한나라당은 여야가 우선 합의한 3조4,000억원 삭감에다 6,50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에서 추가로 3,000억원을 깎는 대신, 감액과 같은 액수인 3조7,000억원을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일부 국채를 추가 발행하더라도 4조3,000억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맞섰다.
게다가 민주당은 남북협력기금은 깎을 수 없다고 주장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증액 항목을 놓고서도 민주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지원금 6,000억원 등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난색을 표했다.
또 이날 협상의 와중에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이 오후 한때 행방이 묘연해 야당이 반발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 위원장이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아 회담이 지연됐다”며 “한나라당이 이중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야당을 빼고 정부와 예산안 작업을 했다”고 강력 규탄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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