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건강기능식품 수입매장을 운영하는 김국현(51)씨의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은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실패한 사업체를 접고 브라질로 여행을 떠나면서부터다. 2001년 그는 무작정 한국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두고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한 여행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잡는 비즈니스 출장으로 바뀌었다. 브라질의 건강기능식품들을 한국에 수입해 판매하기로 했다. "1978년 구로공단의 한 전기업체에 들어가면서부터 20년 넘게 살아온 '공돌이 인생'과 이별하고, 전혀 다른 세계로 뛰어든 셈이죠. 두렵거나 걱정스러운 건 없었어요. 사업이 잘 될 거라는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의 버섯을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사업은 잘 풀리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건강기능식품만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강화된 탓에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사업을 접고 또 다시 실업자로 전락했다.
김씨는 다시 일어섰다. 2006년 충남 논산시에 있는 한국폴리텍바이오대학 바이오식품과에들어갔다. 관절염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산 식물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아내 몰래 입학했어요. 서울에서 통학을 할 생각이었는데, 그 때 마침 철도파업이 일어나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했어요. 아내에게 이실직고했더니, '일단 들어갔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며 격려해 주더라구요." 김씨는 "브라질산 식물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바이오 관련 지식을 배우는 게 급선무였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삭발도 했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었다. 금방 외운 것도 돌아서면 까먹었다. 06학번 동기인 큰 아들(21ㆍ성균관대 신소재공학 3년)로부터 공부하는 요령을 많이 배웠다.
김씨는 브라질산 식물의 관절염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이론과 실무경험이 풍부한 교수진들에게 도움을 요청, 'GP-TH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김씨와 교수진들은 GP-TH의 동물 효력시험에 성공했고, 강원대 김재열 교수팀과 김씨가 공동 연구한 효력시험 결과는 올 9월 미국의 전통의약분야 권위지인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실렸다. 관련 특허도 2건을 출원해 권리를 확보했다. 인체 임상실험만 남겨둔 상태다.
관절염 치료제의 국내시장 규모는 연 5,000억원 정도. 김씨는 내년에 임상을 마무리한 뒤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목표는 연 매출 100억원. 김씨는 이를 위해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전문 기업이 공동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굴곡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두 차례 아프게 실패했으니 이번에 꼭 성공해 멋진 제2인생을 열고 싶습니다."
김일환 고용정보원 홍보협력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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