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짓눌려 비싼 티켓을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큰 선물을 풀었다. 이번 주부터 주말 저녁 공연에 한해 140~295달러의 좋은 좌석 중 일부를 25달러에 파는 할인 티켓을 내놓은 것이다.
매주 월요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추첨해서 2008/2009 시즌이 끝나는 내년 5월까지 약 1만 6,000석을 이 값에 제공한다. 첫 당첨자는 금요일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260명, 토요일 오페라 '돈 조반니'에 50명, 일요일 바렌보임 피아노 독주회에 107명이다.
이 주말 할인 티켓을 선물한 산타클로스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이사회다. 45명의 이사들이 주말 할인 티켓을 위해 3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사진 가운데 이 계획을 처음 제안한 기업가 아그네스 바리스는 "요즘처럼 경기가 나쁠 때도 누구나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러쉬 티켓'(주중 공연의 100달러 짜리 좌석을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20달러에 파는 할인 티켓)도 그가 기부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6년 10월 처음 선보인 러쉬 티켓은 발매 첫날 20분 만에 160장이 팔렸고 나머지 40장도 당일 오후 7시 10분까지 다 팔렸다.
비싼 티켓 때문에 공연 보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주말 할인 티켓은 부러움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는 CJ문화재단의 'We Love Arts'가 거의 유일하다.
기업 등이 공연을 후원할 때 대부분 협찬의 대가로 초대권을 받아 고객 관리나 홍보에 쓰는 것과 달리 이 프로그램은 좋은 공연을 선정해 티켓 값의 30%를 지원함으로써 관객들이 그만큼 싼 값에 표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연으로 시작해 올해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내한공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세계무용축제(SIDance), 백건우의 메시앙 독주회를 지원했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내년에는 예산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공연 티켓에 보조금을 지원해 공연장 문턱을 낮춘 사례는 영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트래블렉스 할인 티켓'은 외환 결제 서비스 기업인 트래블렉스의 지원으로 27.5파운드짜리 티켓을 10파운드에 팔고 있다.
그 결과 티켓 값을 내리기 전 75%이던 객석 점유율이 92%로 증가했고,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젊은 관객층을 극장으로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시그너처극장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지원 덕분에 65달러짜리 티켓을 20달러로 내렸다. 이 할인 티켓을 갖고 공연장을 처음 찾은 관객이 절반을 넘었다. 타임워너는 2010년까지 티켓 값 지원을 계속해 15만명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