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업체 K사 대표 김모씨는 지난 5월 아프리카 가나의 족장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이용해 광고 팸플릿을 만들었다. "가나의 금광 개발 사업에 투자하면 매주 원금의 15%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K사는 주로 중장년층 여성을 상대로 5개월 동안 3,100명으로부터 178억원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 회사가 금광 사업에 투자한 돈은 수신액의 10%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투자자를 안심시켜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속칭 '돌려막기'에 사용됐다.
'단기간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는 불법 다단계 조직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 다단계 조직은 주로 생활필수품이나 화장품을 취급했으나, 최근에는 IPTV, 금광 개발, 전력 절감기 등 새로운 아이템을 동원해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C사는 "차세대 미디어 사업의 중심인 IPTV 셋톱박스에 투자하면 30주에 최고 50% 수익을 보장한다"며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투자자 6,600여명에게서 4,000억원을 모았다.
그러나 이 회사 대표 김모(41)씨 등은 예전에도 불법 다단계 영업으로 적발된 적이 있는 '전문 다단계꾼'들로, 애초에 IPTV 관련 기술을 개발할 능력도 없었다.
'수익성 높은 대부업 투자'를 내세워 투자자를 유혹한 업체도 있다. H사 대표 한모(41)씨는 2006년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24주에 원금 130%를 지급하겠다"며 7,400여명의 투자자를 속여 2,000억원을 불법 수신했다.
한씨는 건강보조식품 판매도 사업 아이템에 포함해, 전국에 14개 지점을 만들고 판매실적에 따라 판매원에서 이사에 이르는 승급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지익상)는 14일 이들을 포함한 12개 다단계 업체 대표와 관계자 1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10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기불황을 틈타 온갖 형태의 불법 다단계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여러 개의 자회사를 두고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현혹하는 등 운영 방식도 지능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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