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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학계 결산/ 부활의 서광… 그러나 大作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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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문학계 결산/ 부활의 서광… 그러나 大作은 없었다

입력
2008.12.1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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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의 확산, 남북관계 냉각 등 국내외적으로 반갑지 않은 뉴스들이 잇따랐던 2008년. 올해의 한국문학계도 명과 암이 뚜렷하게 교차했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을 위무하는 문학작품들이 오랜만에 서점가에서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를 밀어내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유수의 문학상들이 연이어 수상작을 내지 못하는 등 눈에 띄는 신인이나 무게감 있는 대작의 출현을 볼 수 없었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왔다.

■ 소설 : 성장소설의 해… 본격문학은 인터넷과 접속중

올해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성장소설의 해'로 불릴만 했다. 황석영, 최인호씨는 각각 <개밥바라기별> 과 <머저리클럽> 을 통해 우리 성장소설의 고전적 문법을 잘 보여줬다는 평.

김진경씨의 <굿바이 미스터 하필> 은 성장의 문제를 정신분석을 통해 풀어냈고, 청소년소설의 기대주인 김려령씨도 <완득이> 에서 다문화가족 증가라는 한국사회의 당면 문제를 적실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격문학의 인터넷 접속도 궤도에 오른 한 해였다. 지난해 박범신씨가 <촐라체> 로 인터넷 소설 연재의 물꼬를 튼 뒤 올해는 황석영, 정이현, 공지영, 이기호, 박민규, 백영옥씨 등이 잇달아 가세함으로써 본격문학과 인터넷의 결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1970년대 중반 태생 젊은 작가들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 김태용씨를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단골 후보로 거명된 황정은, 윤이형씨 등은 각각 반(反)서사, 무력한 자아와 환상, SF문학과의 접합 등 기존 소설 관념에서 탈피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포스트 386세대 작가'로서의 독자성을 인정받았다.

TV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매체의 후광을 입은 이른바 스크린셀러의 열풍은 여전했다. 이정명씨의 <바람의 화원> , 박현욱씨의 <아내가 결혼했다> 등은 영상의 흥행과 함께 판매곡선이 치솟았다.

■ 시 : 노장들의 저력과 해체적 시쓰기 활발

올해 시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원로 시인들의 왕성한 창작활동이었다. 신경림, 정현종, 오세영, 유안진, 나태주씨 등이 새 시집을 상재했다.

오세영 시인은 17번째 시집 <임을 부르는 물소리> 에서 한반도 곳곳의 지명과 문화재를 두루 섭렵하는 기행 이력을 선보이며 시세계의 원숙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대학과 교단을 떠난 유안진, 나태주씨도 각각 신작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와 <눈부신 속살> 에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다.

운문성의 무시, 절제미의 파괴 등 해체적 방식의 시쓰기로 몇 해 전부터 이른바 '미래파'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전위적 시인들은 올해도 활동이 활발했다. 김경주, 진은영, 김근씨가 각각 두번째 시집인 <기담> <우리는 매일매일>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를 발표했다.

서정시 계열에서는 문태준씨가 2년 만에 새 시집 <그늘의 발달> 을 냈다. 1994년 등단 때 기대를 모았던 심보선씨가 14년 만에 낸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초> 도 시단에 활기를 준 시집으로 꼽힌다.

고은, 황동규 시인이 올해 등단 50주년이 됐던 것도 기억할 만하다. 고은 시인은 '고은 문학 50년 기념 그림전'으로, 황 시인은 산문집 <삶의 향기 몇점> 으로 각각 시력 50년을 자축했다.

■ 박경리 이청준… 문학계 큰 별이 지다

올해는 한국 문단이 두 사람의 큰 별을 잃은 해였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토지> 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영원히 토지의 품으로 돌아갔고, 7월 31일 <서편제> 의 작가 이청준 선생이 영면했다.

문학행사 가운데서는 아시아 문학의 연대를 꾀한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계간 '아시아'가 주관한 '아시아문학포럼 2008',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제1회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포럼'은 세계문학의 변경으로 여겨지던 아시아문학의 주체들이 교유의 물꼬를 튼 상징적인 행사였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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