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에 처리될 예정이었던 새해 예산안이 토요일인 13일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유가 뭘까. 제1야당인 민주당이 실력저지에 나선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 의원의 숫자가 부족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도대체 13일 새벽 국회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예산안 계수조정 작업이 예상 외로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12일 오후 10시께 민주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기 전부터 한나라당 쪽에서는 “강행 처리를 하더라도 13일 새벽 3~4시는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잠적 소동을 빚었던 이한구 예결위원장과 기획재정부 담당자들, 예결위 실무자들이 국회 예결위 입법조사관실에서 12일 낮부터 예산안의 세수와 세출 부분의 숫자를 맞춰왔지만 예상치 못했던 항목이 생겨나거나 예산의 증ㆍ감액 내용이 시시각각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새벽 2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갑작스레 정무위 개최 문제로 여야가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불참 속에 진행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 용도로 자산관리공사에 4,000억원을 배정한 뒤 민주당에 정무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아 결국 한나라당 단독으로 ‘꼭두새벽에’ 정무위를 열었다. 새로운 예산 항목을 편성한 한나라당이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치지 않은 항목의 경우 72시간 내에 해당 상임위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국회법 절차를 밟은 것이다. 행정안전위와 기획재정위, 국토해양위 등도 비슷한 시각에 상임위를 개최하거나 전화 통화나 구두를 통한 상임위원 동의 절차를 밟았다.
새벽 5시쯤 예산안의 숫자를 맞추는 작업은 거의 완료됐다. 하지만 이번엔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다운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 제출안과 국회 심의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된 자료의 출력이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순연됐다. 결국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오전 6시 이후에 열렸고, 예결위 전체회의도 오전 7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은 왜 빨리 처리하지 않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출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에 앞서 새벽 1시쯤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이한구 예결위원장이 고성을 주고받는 일도 있었다. 여야 합의 처리에 무게를 둬온 홍 원내대표가 “4대 강 정비사업과 포항지역 예산에서 각각 500억원씩을 감액해 야당의 체면을 살려주자”고 했지만, 이 예결위원장이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 한나라당 관계자는 “그 때까지도 최종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날 지 몰랐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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