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울프 지음ㆍ김민웅 옮김/프레시안북 발행ㆍ288쪽ㆍ1만3,500원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맥없는 질문 같지만 답하기 쉽지 않다. 이 나라는 오랜 세월 자유선거와 의회주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제국'으로서 미국의 이미지는 2008년 현재에도 위압적이다. 노엄 촘스키와 하워드 진 등 진보적 지성계의 맥을 잇는 사회비평가 나오미 울프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아이들이 진정 자유롭게 살게 하려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대로 두면 가까운 장래에 미국은 우리가 자라나고 자유에 대한 사랑을 배웠던 '열린 사회'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는 '파시스트 국가' 오늘날 미국의 실상을 파헤친 자시의 책에 <미국의 종말>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미국의>
나치즘 시대의 독일, 소비에트 시절의 러시아, 피노체트 치하의 칠레. 저자가 2008년의 미국과 비교하기 위해 동원하는 전체주의 국가들이다. 얼개만 보면 다소 무리라고 느껴지는 범주화 작업이다. 그러나 부시 집권 이후 파괴된 미국의 민주주의 원리들, 적대국뿐 아니라 자국민까지 대상으로 하는 인권 유린은 저자의 작업에 힘을 부여한다. 저자는 권력이 파시즘화하면서 동원하는 열 가지 조처를 나열하며, 역사 속 파시스트 정권과 현재 미국의 권력이 빚어내는 유사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것을 '맞울림'이라 표현한다.
그 열 가지 조처는 ▦안팎의 위협을 부각시키기 ▦비밀 수용소를 건설하기 ▦준 군사조직을 육성하기 ▦일반 시민들을 사찰하기 ▦언론 자유를 봉쇄하기 등이다. 저자는 부시 집권 이후, 특히 9ㆍ11 테러 이후 구체화된 위와 같은 권력의 특성을 무솔리니와 피노체트의 그것과 비교한다. 섬뜩한 기시감이 들 정도로, 그 흐름은 겹쳐진다.
저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2006년 태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여행객들은 무장한 군인들 옆에서 사진을 찍고 해안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파시즘은 광폭한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무사태평한 일상 속에서 진행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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