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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당선자 "참교육 초심 돌아가 MB식 경쟁 교육 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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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당선자 "참교육 초심 돌아가 MB식 경쟁 교육 막을 것"

입력
2008.12.1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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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본부 기자회견실. 전날 제14대 전교조 위원장에 당선된 정진후 당선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위원장에 당선됐지만 기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전교조가 처한 상황이 심각하고 헤쳐 나가야할 길이 험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의 말마따나 이날 새 수장을 맞이한 조직치고는 무거운 분위기가 기자회견 내내 감돌았다.

내년 '성년'을 맞는 전교조가 출범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교조 옥죄기'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전교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전면 해지했다.

또 검찰은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가 주경복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 보수단체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실명을 공개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일제고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해임ㆍ파면 처분을 받았다.

하나같이 녹록지 않은 사안들이지만 새 집행부 앞에 놓인 선택지는 별로 많이 보이지 않는다. 전교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워낙 거센 탓이다. 정 당선자의 현실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은 전교조를 정부 정책에 반대만 일삼는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참교육 실현'이라는 초기의 운동 목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7만7,000명의 조합원이 정 당선자를 선택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대전에서 고교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합원 박모(32)씨는 "전교조 소속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가 꺼려질 때가 많다"며 "현실성이 결여된 담론 위주의 투쟁 방식을 고수한다면 전교조의 존재 가치조차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후 위원장의 앞날이 순탄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강경파로 분류되는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PD계열)이 얻은 득표율은 48.3%. 비록 패배는 했지만 정 당선자가 속한 '참교육실천연대'(NL계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교조 양대 계파 중 하나이다.

특히 교찾사 계열이 당선된 서울지부와의 관계 회복은 정 당선자에게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전교조 집행부와 서울지부는 그 동안 엇박자 행보를 보인 적이 많았다.

단적으로 10월 일제고사 논란 당시 서울지부가 제안한 '답안지 제출 거부 투쟁'에 대해 집행부는 전교조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이견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 당선자는 "MB식 경쟁 교육의 중단"을 차기 집행부의 운영 방향으로 설정, 조직 내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매사 힘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언급에서 보듯, 연가투쟁 등 물리적 방식의 대응 수단은 가급적 자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핵심 현안인 교원평가제에 대해서도 정 당선자는 "교원 승진제도와 학교교육력 제고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정부와 논의할 자세가 돼 있다"며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교원평가제는 시대적 요청임과 동시에 조직 혁신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전교조가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조직 이기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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