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시료 채취라는 검증방법이 발목을 잡았으나 예상됐던 일이어서 회담 결렬에 따른 충격은 덜한 듯 하다. 남은 시간으로 보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회담이 열리기는 어렵고,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가 현 위치에서 북핵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전망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부시보다 관대하다는 건 오판
북한이 시료 채취에 완강한 것을 놓고 오바마 정부와 상대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든가, 6자회담 무용론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이고, 다자 틀보다는 양자 대화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는 추론에 근거한 분석일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오바마 정부에서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을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다른 전망을 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적극적 외교를 펼칠 것은 분명하지만, 당근을 더 많이 주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론'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결과물'에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수단에서는 관대하되 목적에서는 더 철저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2단계 불능화 조치가 완료되기 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과실을 얻기가 오바마 정부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이 오바마 정부를 부시 정부보다 녹록할 것으로 보면 오산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오바마 정부를 순진하게 보기는 한국 정부도 비슷한 것 같다. 오바마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그의 한반도 정책을 진단하는 해석과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오바마 정부와 북한이 급속도로 밀착해 북핵 문제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북미관계 정상화에도 엄청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상황을 가정해 한국이 협상테이블에서 배제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단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바마의 핵심 싱크 탱크는 '취임 100일내 특사 파견'을 제언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지명을 놓고는 2000년 빌 클린턴 정부 막바지 북미 고위급 인사가 양국을 교차 방문한 것 같은 파격적인 외교 이벤트를 재현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인선이라고 보는 시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
북은 허황된 기대 갖지 말아야
그러나 오바마측은 이런 전망이 섣부른 예측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북미관계가 한국정부와의 철저한 조율 아래 이뤄질 것이라는 점은 미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 대표단이 오바마 측과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 "김정일과도 만날 수 있다"고 한 선거 이전 발언이 지금은 온데 간데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의 정치인 오바마와 대통령 오바마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오바마 당선 직후인 지난달 뉴욕을 방문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북한도 오바마 정부에 기대를 많이 하는 듯 하다. 희망을 갖는 것에 뭐라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허황된 예측에 기대 더 삐딱하게 나오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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