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 가라앉은 대륙 아틀란티스처럼 지구 속에도 우리가 모르는 잃어버린 세계가 존재한다면? 쥘 베른 원작 소설 '지구 속 여행'을 차용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이 같은 가설을 전제로 스펙터클한 대모험을 펼친다.
화산 분화구를 통해 주인공들이 들어간 수천㎞ 깊이의 지구 내부에는 삼엽충·공룡·육식 식물 등 지상에선 사라지고 없는 다양한 생물체가 살고, 강한 자기장으로 암석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도 건너야 한다. 보이는 것은 장관이다.
그러나 "쥘 베른의 소설은 허무맹랑한 소설일 뿐이다" "소설은 실제 사실을 근거로 쓰여진 것인지도 모른다"고 티격태격하는 영화 속 주인공 지질학자 트레버(브랜든 프레이저)와 산악가이드 한나(애니타 브리엠)처럼, 영화의 관객들도 어디까지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궁금할 만하다.
사실 지구 속에 이 같은 생태계가 존재할만한 거대한 공간이 존재하기는 불가능하다. 위에서 누르는 압력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질학자들에 의하면 지구 중심에는 철과 니켈과 같은 금속 성분으로 구성된 뜨거운 핵이 있고, 그 위에 말랑말랑한 암석인 맨틀이 존재한다.
맨틀에는 마그네슘과 철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 영화 속에서 마그네슘이 많아 조명탄이 폭발하는 장면은 이 같은 사실에서 차용한 것이다.
빈 공간이 있다 쳐도 고온에, 햇빛이 차단돼 있는 지하에 생물체들이 존재할 가능성도 물론 낮다. 학계에서는 뜨거운 심해저에서 생존하는 생물이 드물게 보고된 적이 있는데 80도 이상에서 사는 박테리아와 400도쯤 되는 열수구 근처에서 사는 새우가 그 예이다. 그렇다면 지구 내부의 온도는? 핵은 약 6,000도, 맨틀의 온도는 100~4,000도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따져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100% 리얼D 영화를 조건이 갖춰진 극장에서 본다면 그 황홀경에 모든 것을 잊고 볼지 모른다.
에릭 브레빅 감독, 18일 개봉, 전체 관람가.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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