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의 시계가 오후 8시를 알리자 '피겨 요정' 여섯 명이 한꺼번에 얼음판에 쏟아졌다. 결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연습하는 시간. 김연아(18)는 규정종목(short program) 첫번째 점프인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루프를 연습했지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브라이언 오셔 코치는 물론이고 빙상장을 가득 채운 3,650여 관중까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맨 처음 출전한 일본의 나카노 유카리는 무난한 연기로 62.08점을 얻었다. 두 번째 등장한 2007세계선수권자 안도 미키(일본)는 엉덩방아를 찧은 탓에 55.44점. 이탈리아 카롤리나 코스트너(55.88점)와 캐나다 조아니 로셰트(50.48점)도 실수가 잦았다.
그러나 네 번째 출전한 2008세계선수권자 아사다 마오(일본)는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루프에서 회전수가 부족했지만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무리해 65.38점을 받았다.
까만 드레스를 입은 김연아는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죽음의 무도>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연습 때와 달리 첫 과제인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루프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죽음의>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했던 김연아는 두 번째 과제로 트리플러츠를 선택했다. 러츠 점프가 약점이라 다른 점프로 바꿀까 고민했었지만 느낌이 좋았는지 러츠를 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김연아는 점프하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공중 3회전이 아닌 1회전을 하는데 그쳤다. 트리플러츠는 기본점수가 6.00점이지만 싱글러츠는 0.60점. 감점까지 더하면 무려 5.70점이나 깎였다. 관중석에선 탄식이 흘렀지만 강심장인 김연아는 나머지 과제 6개를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Yu-na kim. 65.94 point!" 장내 아나운서가 점수를 발표하자 잔뜩 굳었던 김연아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가 12일 경기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2008~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를 0.56점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점수차가 적기에 13일 저녁 8시5분 시작하는 자유종목(free skating) 점수에 따라 우승자가 가려진다.
비록 1위였지만 실수때문인지 승부욕이 강한 김연아의 눈물샘은 넘쳤다. 김연아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열린 대회라서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그래선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 자유종목(free skating)이란?
규정종목(short program)이 기본기를 겨루는 종목이라면 자유종목은 실력과 개성을 자유롭게 뽐내는 종목이다. 단, 3분50초에서 4분10초 이내에 연기를 끝내야 하고, 점프는 최대 7개까지만 뛸 수 있다.
자유종목 역대 최고점은 김연아가 지난해 그랑프리 5차대회(러시아)에서 받은 133.70점. 2008세계선수권자 아사다 마오(일본)의 최고점은 2007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얻은 133.13점이다. 규정종목 점수보다 두 배 이상 많기에 보통 자유종목 성적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고양=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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