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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네르바가 오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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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미네르바가 오판한 것

입력
2008.12.1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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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논객 미네르바가 내년 봄 환율은 '노란 토끼(엔화자금)'의 공격으로 1,800~2,000원까지 폭등하며, 주가는 지수 500까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은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주장한 뒤 '3월 위기설'이 극성을 부렸다. 그러나 노란 토끼가 우리 외환시장을 공격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엔화자금이 보유한 국내 자산이 3,000억 원짜리라면, 1년 전에는 350억 엔 이상 회수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0억 엔 미만을 챙길 수 있다. 엔화 환율의 상승 때문이다. 큰 손해를 볼 일을 스스로 감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근거 없는 '3월 위기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위기설'이 널리 퍼지자 정부가 나섰다. "일본계 은행에서 차입한 돈은 107억 달러로서 전체의 9%이고, 내년 1분기 만기는 11억 달러이다. 일본계 채권투자는 7.7조 원으로 전체의 8.5%이고 내년 1분기 만기는 16억 달러이며, 주식투자는 3.4조 원으로 시가총액의 0.6% 수준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3월 위기설'은 근거가 없는 얘기였다.

사실 환율은 되레 급락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달러 환율은 1년 전에 비해 60%, 엔화 환율은 90% 가까이 올랐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헝가리, 폴란드, 파키스탄 등에 대해서조차 우리 환율은 20~30%나 상승했다. 작전세력이 개입하지 않고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해외 저명 언론과 국내 바람잡이를 동원하여 위기감을 증폭시키면 환율은 오르고 주식 가격은 하락할 것이 뻔하다. 이때 미리 선물거래를 해두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작전을 통해 외국 자본은 그 동안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실제로 주식투자 목적으로 들여온 자본은 252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보유주식은 2007년 연평균 3,500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작전에서도 외환보유고 감소액 600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을 외국자본이 챙긴 것으로 보인다.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가 이렇게 유출된 것이다.

지금은 작전세력이 대부분 철수했지만, 비이성적 공포감과 '수요의 시간이동'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6개월이나 1년 뒤에 달러가 필요한 사람까지 현재 수요에 가세했던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요가 이동해간 종착점이 닥쳐올 것이고, 달러 수요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더욱이 내년엔 국제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이다. 올해 10월까지의 석유 도입가격은 평균 107달러였는데, 두바이 현물가격은 벌써 30 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수요까지 감소하면 에너지 수입은 900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이다. 전체 수출 역시 줄겠지만, 그렇더라도 흑자는 300억~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자본에겐 또 다른 기회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경색이 풀리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기지개를 켤 것이다. 자산 가격 상승은 경기를 반전시킬 것이고, 외자 유입은 해외 소득의 국내 이전 효과를 발휘하여 경기회복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환율 급락이 진짜 위기

그럼 해피 엔딩인가. 아니다. 환율 급락은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도산사태를 불러올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가 독일의 재무장을 지켜보면서도 대응하지 못한 것은 환율 급등과 급락의 반복이 불러온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었다. 환율 급등이 수출과 외환보유고 급증을 초래하여 환율 폭락을 불렀으며, 수출업체는 물론이고 내수업체까지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우리가 진짜 걱정해야 할 경제위기는 바로 이것이다. 그 전조가 이미 나타났다. 환율 급상승으로 수출용 원자재 수입이 거의 중단되는 바람에 11월 수출은 18%나 줄었다. 이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락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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