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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배우 인품도 큰 자산

입력
2008.12.1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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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돈이 말라가기 시작할 무렵인 2006년 하반기. 한 여자배우와 남자배우가 멜로영화 출연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영화는 투자 부진으로 결국 크랭크인조차 못한 채 제작이 중단됐다. 그러나 두 배우는 "어려운 사정 뻔히 아는데…"라며 위약금을 받지 않았다. 제작자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일이다.

최근 연예인들에 대한 세간의 평은 최악이라 할만하다. 누구는 인터넷 도박사이트서 수억원대의 상습도박을 일삼다 적발됐고, 누구누구는 TV드라마 출연료가 과도하게 높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인이 "돈 많은 연예인들, 엉뚱한 곳에 돈 쓰지 말고 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꼭 좀 연결해달라"는 황당한 내용의 전화를 기자에게 할 정도다.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인터넷 게시판을 육두문자로 도배한 댓글 대부분의 요지도 이랬다. "외제차 몰고 다니고 해외서 돈 뿌리는 배우들을 위한 스크린쿼터를 왜 지키나?"

최근 영화인들이 영화관람료 인상안을 언급하자 엇비슷한 악플들이 관련기사마다 줄줄이 달렸다. "배우들 몸값 거품부터 빼라."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실망과 불신감은 그렇게 크고 깊다.

배우들은 억울한 심정에 되묻고 싶을 것이다. 외제차의 시장점유율이 8% 가량인 이 시대, 왜 유독 배우만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냐고. 부침이 심한 연기 인생, 잘 나갈 때 많이 벌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리가 있는 항변이다.

하지만 최근 모 배우의 드라마 고액 출연료에 얽힌 이야기엔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나만 살면 된다"는 생각이 이렇게 강해도 되는 것일까. 인품도 배우의 또 다른 재능이고 삶의 주요 자산일 텐데.

앞서 말한 여자배우와 남자배우는 영화제작 중단에 따른 위약금을 받지 않은 뒤 성공시대를 열었다.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도 들었던 여자배우는 올해 인기 드라마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고, 유망주 수준에 머물렀던 남자배우는 국내 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세 번 거푸 들어올렸다.

그리고 둘은 이 불황기에 쉴 틈도 없이 영화 '7급 공무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두 사람 이름? 짐작들 했겠지만 김하늘과 강지환이다. 하늘은 인간미 있는 배우를 돕는가 보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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