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中반독점법 협력체제 갖추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中반독점법 협력체제 갖추자

입력
2008.12.15 02:04
0 0

중국이 올해 8월 1일부터 시장경제의 기본법인 반독점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는 최근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 반독점법의 내용과 그 시행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고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베이징을 다녀왔다.

중국 반독점법은 시장경제의 정상적 작동에 반드시 필요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를 저해하는 독점 협정(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및 기업집중 등을 규제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에 특유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행정권의 남용까지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행정권의 남용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의 경쟁법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동법의 시행을 반기지 않고 오히려 매우 불안해 하거나 염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동법에는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조항들이 많은데 아직 이를 구체화하는 세부 규정들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동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수준은 매우 엄중함에도 불구, 이를 집행하는 기관과 절차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셋째로, 중국에는 아직 경쟁법과 경쟁정책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동법의 집행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고 어느 것 하나도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은 중국의 반독점법 제정 동기가 중국이 WTO에 가입하려 할 때 WTO가 이를 조건으로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반독점법의 시행은 문제점에도 불구, 중국의 시장개방과 시장경제의 정착을 위하여 환영할 일이지 결코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

이것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요컨대 중국의 반독점법 시행은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관심은 어떠한 방법으로 동법의 예측가능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중국 반독점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취해야 하는 태도는 막연히 불안해 하거나 오로지 법망에 걸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소극적인 자세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동법 집행을 환영하면서 이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이 그 동안 여러 선진국이나 국내에서 경쟁법이나 공정거래법의 집행과 관련하여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하여 동법 집행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동법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중국 한인상회(한국상공회의소)와 같은 단체는 중국의 집행 당국들이 동법의 집행에 필요한 세부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직원들을 교육, 훈련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할 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 내지 협력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쟁당국은 물론 경쟁법과 정책의 전문가들이 연대해 각자의 입장에서 중국 반독점법 집행을 지원하면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하여는 서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또는 일본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동법의 도입을 위한 준비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지원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오승 서울대 법대 교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