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가 딱 18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도피생활. 지난 2001년 결혼한 아내 박안나(32)씨와 아들 영준(6)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그라운드를 떠날 수 없었다. 18일만 버티면 '법적으로는' 아무일 없을 수 있었다.
하지만 차마 양심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자수하게 됐고, 6개월간의 실형까지 선고 받았다. 복역 후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대신해야 했기에 그대로 야구인생이 끝나는 줄로만 알았다.
2004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병역비리파동에 휘말렸던 롯데 조성환(32)이 올시즌 4년 만에 복귀했다. "지난 3년은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그 두려움이 저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극장' 조성환이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3층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92표를 얻어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1999년 원광대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조성환이 황금장갑을 낀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올해 복귀와 함께 팀 주장을 맡은 조성환은 123경기에 출전, 타율 3할2푼7리에 10홈런 81타점의 맹활약으로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조성환을 비롯해 10개 포지션 가운데 5개를 차지한 롯데는 정규시즌에 이어 또 한번 '갈매기 광풍'을 일으켰다. 포수 강민호(245표), 유격수 박기혁(154표), 외야수 가르시아(238표), 지명타자 홍성흔(282표)이 수상자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로 27년째를 맞은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한 구단에서 5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은 모두 6번(86ㆍ88해태, 87ㆍ2002 삼성, 94 LG, 2000 현대) 있었다.
수상 후 조성환은 "프로에 들어오기 전 골든글러브를 받는 것과 팀 우승이 꿈이었는데 오늘 한 가지를 이뤄서 기쁘다"며 "특히 후배들과 함께 받아서 더 감격스러운 것 같다. 내년에는 우승의 기쁨도 함께 누리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SK 김광현(272표)은 투수 부문, 한화 김태균(332표)은 1루수 부문, 두산 김동주(128표)는 3루수 부문, 두산 김현수(316표) 이종욱(202표)은 외야수 부문에서 주인이 됐다. 3년 만에 황금장갑을 되찾은 김태균은 최다득표의 영광도 함께 누렸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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